홍완식 박사·세계생활체육연맹 이사·TAFISA Korea 회장
올여름 우리는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와 이상기후가 반복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북극의 빙하나 먼 미래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울산시민의 건강과 안전,일상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기후변화를 울산시민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생활방식은 바꿀 수 있다.
필자가 꿈꾸는 울산의 미래는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고, 무공해 교통체계를 갖춘 정원도시다. 런던은 혼잡통행료와 초저배출구역을 운영하며 자동차 중심의 도심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파리는 자동차가 차지했던 공간을 보행자와 자전거, 녹지에 돌려주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을 자동차의 속도가 아니라 시민이 얼마나 편안하게 걷고 생활할 수 있느냐에서 찾는 것이다.
울산도 이제 선택해야 한다. 신임 시장에게 다섯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울산의 대중교통체계를 미래형 무공해 교통망으로 대개조하자. 트램을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트램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합리적인 노선과 선진 기술로 시민에게 얼마나 편리한 대중교통을 제공하느냐가 핵심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체코 프라하에서도 트램은 중요한 도시교통 수단이다. 특히 울산 KTX역과 태화강역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동서 교통축은 시급하다. 여기에 시청과 북구, 경주권을 연결하는 수소버스 간선망을 구축한다면 울산의 동서와 남북을 잇는 무공해 교통망의 큰 골격을 만들 수 있다. 지하철 중심의 교통망보다 시간과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울산의 강점인 수소산업까지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공사 때문에 교통이 혼잡해진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교통체계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부산에서도 지하철 건설과 버스중앙차로 도입 당시 교통혼잡을 우려하는 반대가 있었다. 미래의 교통정책은 공사기간의 불편보다 완성된 뒤 시민이 누릴 수십 년의 편익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둘째, 자동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걷기 좋은 울산'을 만들자. 자가용을 집에 두고도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좋은 도시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걷고, 수소버스나 트램을 이용한 뒤 다시 걸어서 직장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태화강국가정원과 하천, 공원,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보행축으로 연결하자.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의 진정한 유산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 정원 하나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고 시민이 그 정원을 걸어서 이동하는 울산을 만들자는 것이다.
셋째, 울산을 대한민국 대표 '탄소중립 출퇴근 도시'로 만들자. 시청과 구·군청, 공공기관부터 기업과 학교까지 '탄소중립 출퇴근 챌린지(Walk to Work)'를 확산하자. 가까운 거리는 걷고, 먼 거리는 걷기와 수소버스·트램 등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탄소감축에 기여한 시민에게 포인트나 지역화폐, 문화·체육 혜택 등으로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기후위기의 부담만 시민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후행동의 성과도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기후분배'이며 생활 속 '기후정의'라고 생각한다.
넷째, 울산의 기업을 시민 기후행동의 후원자로 만들자. 울산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 기업 ESG가 보고서 속 숫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의 걷기와 출퇴근 챌린지를 후원하고 정원과 생활체육 공간 조성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 시민은 건강을 얻고 기업은 ESG를 실천하며 도시는 탄소를 줄이는 울산형 모델이다.
다섯째, 정원과 스포츠가 일상이 되는 스포츠문화도시를 만들자. 생활권 가까이에 스마트 스포츠파크를 조성해 아이와 청소년은 스포츠를 즐기고, 가족과 어르신은 정원을 걷게 하자. 정원과 걷기, 무공해 교통, 스포츠와 기업의 기후후원이 하나로 연결되는 도시다. 이런 도시라면 세계 관광객이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앞선 칼럼에서 제안한 한·중 스포츠·문화·관광 도시파트너십도 이러한 도시 비전에서 출발한다. 국제관광도시는 거대한 관광시설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가 세계인이 방문하고 싶은 도시가 된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산업수도였다. 이제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 탄소를 배출하는 도시에서 시민이 탄소를 줄이는 도시로, 산업수도에서 시민이 만드는 탄소중립 기후수도로 나아가자.
목표는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고 무공해 교통체계를 갖춘 정원도시 울산. 기후변화는 울산시민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울산시민이 정원을 가꾸고,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기후행동에 나설 때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정책의 방향도 실행방법도 제안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울산, 정원을 걷고 세계를 품다. 울산의 미래는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서 시작된다. 홍완식 박사·세계생활체육연맹 이사·TAFISA Korea 회장
홍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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