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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표로 본 북한(조선)의 보통국가화 정책

전쟁이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한국 경제는 반도체의 선전에 힘입어 아직은 별 문제없어 보이지만, 무역의존도 80% 이상의 경제구조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동안 철썩같이 믿어...

우표로 본 북한(조선)의 보통국가화 정책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이후 약 7개월 지난 2019년 10월 5일, 북한(조선)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수석대표)와 미국의 시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수석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협상을 진행한 것도 벌써 햇수로 7년전의 일이다.

당시 회담은 북측의 제재완화 및 안전보장 요구안과 미측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입장차이가 여전히 커서 노딜로 끝난 후 지금까지 7년이 다 되가도록 북미대화나 남북대화는 막혀있는 상황이다.

2019년 1월 1일 발행된 새해우표 주 도상으로 젊은 부부가 어린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모두 함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평양시내를 걸어가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북에서는 한달 후에 열릴 북-미회담에서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란 걸 의심없이 기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당시 북측이 하노이 회담에 들고갔던 의제들은 북이 자랑하는 핵개발의 상징이자 심장부와 같은 약 25㎢ 부지에 조성된 ①영변 핵시설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영변내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추출 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폐기)하고, ②핵·미사일 시험 중단 확약(추가적인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ICBM 등)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기겠다는 것이었으니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내용들이었다.

북이 이러한 큰 선물 보따리를 풀어내면서 요구한 내용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11건 중 2016~2017년에 채택된 5건, 즉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항목들에 대한 해제 요구였다. 북측으로서는 인민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통큰 양보 카드를 가져갔었지만 결과는 참혹할 정도의 실패로 끝나게 되였다.

필자는 북을 바라보는 시각이 2019년 하노이 노딜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은 2017년 9월, 전문가들도 수소폭탄급으로 인정하는 제6차 핵실험을 한 후 그해 11월 29일 새벽에 정상각도 발사시 사거리가 약 13,000km에 달하는 ICBM 〈화성-15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한 그 즉시 당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국가 핵무력 완성’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대한 안전판이 완성되었다는 선언과 함께 북은 2018년 봄부터 2019년 6월까지 14개월동안 3차례 북중 정상회담과 총 4차례의 남북 정상 만남과 회담, 3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인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하고자 발빠른 톱다운 방식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민족이라 믿었던 대한민국을 포함해 혈맹국인 중국, 최강대국인 미국과 총 10차례의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에 남은 결과는 ‘빈손’뿐이었다. 2019년 4월 김정은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자력갱생’을 선언하였고, 2020년 1월 1일 발행된 새해우표의 주 도상은 인민들의 대표인 지식인·기술자·농민들이 천리마에 올라타 외치는 ‘자력갱생’ 구호였다. 그리고 이 자력갱생 구호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진행중이다.

2012년 새해우표 김일성화 우표(왼쪽)와 1993년 불멸의 꽃 김정일화 우표 [사진제공-안재영]

북은 지난 1965년 4월 13일 김일성주석을 우상화하기 위해 '김일성화(花)'를 지정해 1977년부터는 인민들에게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고 1988년부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우상화를 위해 '김정일화(花)'를 지정했으며, 이후 대대적인 김일성화·김정일화 꽃전시회 등을 통해 체제결속을 다지고 있었다.

매우 빈번하게 김일성주석의 생일(4월 15일)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에 맞추어 김일성화, 김정일화를 주 도상으로 하는 기념우표를 발행되하 하였다.

김일성화와 김정일화 2019년 마지막 우표 [사짅0공-안재영]

하지만 2019년 4월 한 장의 우표에 김일성화·김정일화를 도상으로 하는 기념우표를 발행한 이후, 지금까지 6년이 넘도록 김일성화·김정일화 기념우표들은 발행되지 않고 있다.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징하는 국가상징 우표들(國花=목란, 國樹=소나무, 國鳥=참매(까치로 변경), 國犬=풍산개)이 반복적으로 발행되고 있다.(그림4)

국가상징물 기념우표 [사진제공-안재영]

이러한 변화를 지난 60여년 이상 북을 이끌고 있는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폐지하거나 약화된 것으로 읽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넘어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명이자 결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선우표사가 2024년 최초로 발간한 ‘조선우표년보 2024’ 창간호는"조선의 우표는 시대의 정신을 화폭으로 반영하는 력사의 기록이다"라고 적고 있다.

많아 봐야 일년에 70~90여 종 발행하는 우표에 지난 2024년과 2025년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도상은 첫 번째 군사력에 대한 우표들이고 그 다음은 《지방발전 20 x 10 정책》과 , 평양에 짓고 있는 5만 세대 빌딩들 그리고, 원산갈마해양지구 등이다.

이런 우표들이 반복적으로 발행되고 있다는 건 인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이 체제 존속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북이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53년 휴전선이 그어진 후 북이 고난의행군 시절을 겪었던 1998년까지 약 45년동안 북한이탈주민의 총 누계인원은 900여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난의행군을 지났지만 북 당국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 등 생활필수품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던 2002년 대한민국이 한일월드컵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접하게 된 북 인민들은 그때부터 북을 이탈해 매년 1천명을 넘기더니 코로나 직전까지 1천~2천명대를 유지해 왔다.

사상과 체제가 아니라 먹고 살기위한 생존이 그들을 움직였다.

그런데 북에서 코로나 종식(방역 승리)을 선언한 2022년 8월 이후 북을 이탈해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인원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의 1/10에 불과한 100명대에서 200명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북에서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로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의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북을 이탈해 한국에 입국한 인원의 55% 이상이 30대 이하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북 당국으로서도 심각하게 여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옛 속담에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 이 속담이 누구에게 더 절실한지에 대해서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쟁이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한국 경제는 반도체의 선전에 힘입어 아직은 별 문제없어 보이지만, 무역의존도 80% 이상의 경제구조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동안 철썩같이 믿어 온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국주의 국가의 욕망에만 충실해 정의, 공존 등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가 절실한 시기라는 것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도 생존을 넘어 품격있는 생활환경이 필수적이라는 건 북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북3성 개발이 필요한  중국, 지하자원의 보고인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 나서는 러시아가 모두 한국과 북의 참여를 바라는 상황이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는 북을 더 이상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헌법과 국가보안법을 과감하게 개정하고 북을 유엔에 가입한 보통국가로 상대한다면 남북, 한-조의 교류는 한층 더 수월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의 전환과 실사구시의 실천이 대한민국-조선-중국-러시아 등 주변국 국민들과 인민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ㅏ, 누가 왜 이런 결정을 외면하고 있는가?

안재영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

- 접경지 북파주 파평출신 미군이 지어준 재건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로 중학/고등과정 수료

- 한국외대 졸업, 북한대학교대학원 석사(북한학),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박사(북한학)

-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www.unsando.kr)

- DMZ평화교육원 대표

- 통일교육원 교육위원

- 제22기 민주평통 상임워원(경제과학분과)

- 벤처기업 ㈜두레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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