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타악기 '젬베' 두드리며 체험해 본 서아프리카 음악
이색 악기 둔둔·발라폰·은고니…서울 은평 증산시장에 스튜디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서울 은평구 증산종합시장에는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이 흐르는 이색적인 공간이 있다.
시장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음악 스튜디오 '티아모뇽'이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전통 음악가 아미두 디아바테(45)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타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아프리카의 강렬한 리듬을 체험할 수 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전통 음악가 아미두 디아바테 [본인 제공]
지난달 15일 티아모뇽 스튜디오를 찾아가 아미두가 지도하는 초보자 대상 젬베 레슨을 받아봤다.
젬베는 손으로 연주하는 북이다. 스틱을 사용하는 큰 북인 둔둔, 건반 타악기인 발라폰, 첼로와 비슷한 구조의 현악기인 은고니와 더불어 서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기다.
양옆에 수강생을 앉힌 아미두는 먼저 젬베를 몸 바깥쪽으로 약간 기울이는 자세와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기본 타법을 알려줬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시범을 보이며 반복해서 따라 하도록 지도했다.
"쿵따라~ 따따라~ 따따라따~ 따르다따따~ 따르다따다~"
단단한 염소가죽으로 된 북면을 두드리다 보니 손에서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아미두의 수업에는 교재가 없었다.
몸의 감각으로 리듬을 익혀가도록 하는 전통적 교습 방식이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레슨에는 여성 수강생 두 명이 참여했는데, 어느 순간 각각의 젬베가 만들어내는 경쾌한 북소리가 하나의 리듬으로 어우러졌다.
아미두(오른쪽)가 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촬영 박세진]
아미두는 '그리오'(Griot) 전통에 뿌리를 두고 서아프리카 음악을 대대로 이어온 디아바테 가문 사람이다.
공동체의 역사와 기억을 음악으로 전승하는 구전 예술가 집단을 의미하는 그리오는 현지어로 젤리(Jeli)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문 안에서 전승되는 방식으로 악기를 배운다.
아미두는 자신이 제73대 계승자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언급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악기를 배웠고, 저는 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두 명인 가정의 16형제 가운데 여러 명이 음악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미두의 젬베 레슨. 두 동생이 옆에서 발라폰과 둔둔을 치며 수업을 보조하고 있다.
젬베나 둔둔은 초보자라도 비교적 접근하기가 쉬운 듯했지만 발라폰과 은고니는 익히는 데 오랜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아미두 형제가 다루는 악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발라폰이었다.
나무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이 악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실로폰과 유사한 형태다.
아미두는 "발라폰이 먼저 있었고, 그것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실로폰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드럼에도 능숙한 아미두는 한국 전통 타악기도 접해봤다.
그는 "그중에서 꽹과리가 가장 어려웠다"며 리듬의 구조나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미두가 동생 야쿠바와 발라폰 연주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아미두는 2012년 안무가 엠마누엘 사누 등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한국에 처음 들어와 인연을 맺었다.
4년가량 활동한 뒤 귀국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이후 야쿠바, 살리푸 등 두 동생이 합류해 현재의 '형제 트리오' 활동 기반이 만들어졌다.
야쿠바는 최근 서울 관악구 주민홍보모델로 선정될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타리스트 찰리 정의 즉흥연주에 맞춰 은고니를 뜯고 있다.
아미두는 공연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자가 체험 레슨을 받은 날에도 티아모뇽에는 30여년 경력의 기타리스트 찰리 정이 찾아왔다.
이태원 재즈클럽에서 며칠 후 예정된 아미두와 콜라보 연주를 앞두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레슨 시작 전에 잠깐 진행된 두 사람의 즉흥 합주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찰리 정이 빠른 손놀림으로 기타를 연주하자 아미두는 곧바로 기타 리듬에 맞추어 은고니를 뜯기 시작했다.
기타와 은고니의 선율이 섞이면서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줬다.
이어서 기타와 젬베의 콜라보 연주도 펼쳐졌는데, 두 사람은 이미 오랜 기간 함께 연습해 온 것처럼 호흡이 잘 맞았다.
티아모뇽 입구의 레슨·공연 문의 안내문. 티아모뇽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의미라고 아미두는 설명했다.
아미두는 청소년 시설 같은 곳에서 초청 레슨을 하는 등 티아모뇽 스튜디오 밖에서도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한국 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음악으로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어요. 음악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언제 어디서나 똑같아요."
그는 한국에서 얻은 아들 이야기도 꺼냈다.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초등학생인데, 의류 광고 모델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아미두는 빠르게 성장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오 전통을 이어가는 문제를 놓고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주길 바라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젬베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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