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옥. 사진 제공=S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해 지금껏 발행한 공사채와 차입금에서 154억 원의 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방식과 주택 공급 물량, 학교용지 확보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이 지연될수록 SH가 져야 하는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재무구조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공사채발행 1분기 공시에 따르면 SH는 지난해 2월 우리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을 통해 각각 1000억 원, 3000억 원 등 총 4000억 원 규모의 단기 자금을 3.47~3.48% 금리로 조달했다. 같은 해 7월(2500억 원, 2.55%), 10월(1200억 원, 2.68%), 12월(2000억 원, 3.09%)에도 잇따라 공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과 3월 토지소유자를 상대로 차입금 형태로 추가 자금을 끌어왔다. 이렇게 확인된 SH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관련한 조달 건수는 총 9건, 누적 조달액은 9735억 원으로 집계됐.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만기가 돌아와 상환이 끝난 초기 브릿지론 4000억 원에서 발생한 이자가 약 35억 원, 현재 남아있는 발행잔액 5735억 원에서 쌓인 이자가 약 119억 원으로 누적 이자비용은 약 154억 원에 이른다.
초기 브릿지론 금리는 3.47~3.48%로 높았다가 지난해 하반기 2.55~2.68%대로 낮아졌지만 올해 들어 3%가 웃돌며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발행잔액의 가중평균 금리는 2.77% 수준으로 연간 약 158억 7000만 원의 이자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문제는 SH가 짊어져야 할 전체 부담 중 지금까지 조달된 금액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코레일과 SH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사업계획서 기준 총사업비는 14조 3000억 원 규모이며 두 기관이 7대 3 비율로 공동 시행하는 구조여서 SH의 부담분은 약 4조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실제 조달된 금액 9735억 원은 전체 부담의 20%대에 그친다. 나머지 3조여 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SH가 발행한 채권 만기가 대부분 2027~2029년의 2~3년 단기물이라는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반시설 조성이 완료되기 전에 기존 채권의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셈이어서 분양 수입으로 원금을 갚기 전에 더 높아진 금리로 재차 차환 발행을 해야 하는 악순환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SH는 지난달 서울시에 용산 토지 매각이 지연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H의 부채비율은 2021년 185.35%에서 지난해 205.79%를 기록하며 200%를 넘어섰다.
서둘러 사업을 확정짓고 분양 등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는 용산 내 주택 공급 물량 등을 두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8000가구를 한계로 보는 반면 국토부는 1만 가구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물량이 바뀌면 심의·영향평가 등을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해 도심 주택 공급 자체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협의가 늘어질수록 SH가 아직 조달하지 못한 3조 원대 자금의 발행 시점도 함께 밀리게 되고, 그 사이 시장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조달 비용 자체가 통째로 높아질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지연에 따른 SH의 재무구조 악화는 시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SH에 매년 현금출자를 하고 있는데, 출자금은 서울시 일반회계에서 나온다. 용산 이자 부담을 메우는 데 쓰인 예산은 복지·교육 등 다른 분야에 쓰일 수 있었던 재원이다. SH의 부채비율이 오르면 추진 중인 다른 공공주택 공급 사업의 조달 여력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택공기업으로서 주거안정의 공공기능을 강화하려면 재정 건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SH의 부채비율과 이자부담이 높아지면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다른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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