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으로 돌아온 외국인이 4월 초순 반도체 중심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이달 중순 들어서는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타 업종으로 분산되고 있다. [출처=연합]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수급 흐름이 4월 초와 중순을 기점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집중 매수에서 벗어나 비주도 업종으로 매수세가 분산되는 순환매 양상이 감지된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털 훼손이라기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실적 시즌을 맞아 턴어라운드 업종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4월 1~10일 코스피 시장에서 4조997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2조3497억원, SK하이닉스 1조5490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순매수 규모의 약 80%를 반도체업종에 집중했다.
중순 들어서는 외국인의 매수 흐름이 달라졌다.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9012억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 삼성전자(1조3162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반도체 80% 집중→기계·화학 등으로 수급 이동
삼성전자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일부는 코스피 시장 기계·장비, 화학, 유통 업종 등으로 유입됐다. 같은 기간 기계·장비(4710억원), 화학(4268억원), 유통(1284억원) 업종이 1000억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기계·장비 업종은 이달 초순 669억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있었으나 급격하게 외국인 투심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기계·장비 업종에 포함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기간 외국인이 550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가장 많이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이외에 에이피알(1595억원), SK이노베이션(596억원), LG화학(487억원), 이마트(298억원), 호텔신라(267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248억원) 등도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졌다.
이러한 외국인의 수급 분산 배경에는 실적 모멘텀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절대적인 주도 업종인 반도체를 제외하고 추가적인 수익(알파)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1조원 넘게 순매도 했으나, 같은 반도체 업종인 SK하이닉스는 4995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상황이지만, SK하이닉스는 아직 1분기 실적 발표 전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4월 중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출처=연합]
◆차익실현과 실적 기대감의 교차…단기 변동성 속 펀더멘털 주목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대규모 순매도는 실적 모멘텀으로 투심이 유입된 이후 재료가 소멸하고 우호적인 주가 흐름에 따른 기계적인 차익실현 성격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단기 변동성 요인이 잔존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단기 급등한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실적 가시성이 높아진 턴어라운드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종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기존 실적 주도 업종인 IT하드웨어(반도체) 외에도 소비재(화장품 및 의류·유통), 금융(은행·증권·보험), 산업재(건설·기계·조선)의 이익 모멘텀이 전주 대비 강화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외국인은 실적 장세를 넘어 그 다음 모멘텀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외국인은 SK 388억원, 한화 308억원 등 지주사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AI 반도체 랠리 외에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실질 참여가 누적되면서 기업 가치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코스피 전망치를 8000까지 상향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서 시장은 면역력이 생겼다"며 "지정학 리스크에 단기 변동은 있겠지만 국내외 증시 랠리를 보면 리스크 회피 국면에서 벗어나 모멘텀 및 펀더멘털 중심의 장세로 재편되며 기업의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실적 모멘텀이 소멸된 이후에는 증시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실적 시즌이 끝나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정책 모멘텀에 시장이 주목하면서 지주사 디스카운트 축소에 따른 증시 리레이팅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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