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호성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국인 대규모 매도와 맞물리며 코스피는 장중 5000선까지 밀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519.9원에 출발해 장중 1533.9원까지 상승했다.
장중 한때 1536.5원까지 오르며 17년여 만에 1530원선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30원을 상회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전날 야간거래에서도 환율은 1521원을 웃돌며 원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 "달러보다 원화 더 약세"…구조적 압력 부각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달러 강세를 넘어선 원화 약세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달러인덱스는 100.432 수준으로 전날보다 0.041 하락했지만, 원화 약세가 더 크게 나타나며 환율 상승폭이 확대됐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달러화 지수 상승폭은 2%대에 그쳤지만 원화 가치는 5% 이상 하락하며 주요 통화 대비 약세가 두드러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원화 약세 흐름은 더욱 가팔라진 모습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도 원화 만 유독가파르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이 160엔 부근에서 안정되는 것과 달리 원·달러 환율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를넘어선 것은 국내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의 공격적인 주식 순매도와 고유가에 따른 국내 경제 펀더멘 털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다"며 "2~3월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50조원 수준에 달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에 취약한 경제 구조 역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고유가 장기화는 성장률 하향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원화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3조원대 매도…증시 하락 압력 확대
환율 상승과 함께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같은 날 오후 2시 1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8.84포인트(3.58%) 하락한 5088.46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5200선을 회복했지만 외국인 매도세에 다시 5100선 아래로 밀렸다.
외국인은 3조3695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대규모 매도를 이어갔다. 개인은 2조8472억원, 기관은 6341억원을 각각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코스피는 장 초반 4% 넘게 하락하며 5050선까지 밀리며 전쟁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며 5100선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코스닥도 4% 안팎 하락하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급락세다. 삼성전자는 4.48%, SK하이닉스는 6.41% 하락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공급 불안이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2.50%), 현대차(-4.37%), 한화에어로스페이스(-6.57%), SK스퀘어(-8.43%), 두산에너빌리티(-2.34%), 기아(-3.63%)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음식료·담배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다. 의료·정밀기기, 전기·전자, 건설, 제조, 종이·목재, 금속, 운송장비·부품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7.55포인트(4.30%) 내린 1059.50에 거래됐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트북·스마트폰 출하량 전망 하향과 터보퀀트 여파 등에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반도체지수가 부진 했다"며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9일째 조단위 투매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 유가·중동 정세에 좌우…속도 조절 가능시장에서는 향후 환율 흐름이 유가와 중동 정세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유가와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단이 견고하게 지지받고 있다"며 "유가를 추종하는 달 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역내외 투자자들의 롱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도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로글로벌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달러 강세를 자극하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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