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익 모멘텀 강화에 외국인 4조5천억 순매수·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매수 흐름
-고환율·중동 리스크·HBM 경쟁 심화 등 변수 상존 속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여부 관건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외국인 투자자들이 3개월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며 ‘바이 코리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되는 양상이다. 다만 고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외국인의 본격 복귀 여부를 두고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3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5천36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월 한 달 동안 21조730억원, 3월에는 35조8천810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이어왔지만, 4월 들어 3개월 만에 ‘사자’로 방향을 틀었다.
주 단위 흐름을 보면 매도 강도는 이미 완화되는 조짐을 보여왔다. 지난달 넷째 주(3월 23∼27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3조원을 순매도했으나, 다섯째 주(3월 30∼4월 3일)에는 순매도 규모를 6조원 수준으로 줄였다. 이어 지난주(4월 6∼10일)에는 약 5조원가량을 순매수로 전환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2주간 휴전 합의로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정점을 지난 데다,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맞물리며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최근 순매도 기조 약화는 코스피 이익 모멘텀 강화에서 주로 기인한다”며 “4월 이후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772조원으로 3월 말 대비 20%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외국인 매수의 핵심 타깃으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엔비디아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메모리 산업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사업 구조와 유사하게 선수주-후생산 파운드리형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에 따라 “내년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제치고 글로벌 영업이익 순위 1위를 차지하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순위도 올해 4위에서 내년 3위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수급에서도 이러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이달 1∼13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 규모는 2조63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올해 1∼3월 3개월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으나, 4개월 만에 ‘사자’로 돌아선 셈이다.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2조4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천20억원), 삼성SDI(3천40억원), 삼성전기(2천480억원), 삼성전자 우선주(2천80억원) 등도 외국인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방산·2차전지·IT 부품 등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종 전반으로 외국인 자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실적 개선 흐름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코스피 복귀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김동원 본부장은 “2∼3월 외국인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약 66조원을 순매도했다”며 “그러나 4월 이후에는 실적과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커 코스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호전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라며 “올해 목표지수 7,500선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이익 전망 상향이 코스피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경로를 불확실하게 만들며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고, 전쟁 리스크와 원화 약세가 겹친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 국면에서 외국인은 일관되게 순매도해온 만큼, 환율이 1,400원 이상에서 지속될 경우 외국인의 신규 매수 동기는 구조적으로 제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변수다. 김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이익 모멘텀은 매우 강하지만, 시장이 멀티플(주가수익비율 등)을 부여할 때 보는 것은 이익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이익 방향에 대한 확신”이라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 심화, AI(인공지능) CAPEX(설비투자) 성장률 둔화 우려 등 속에서 현재의 이익 모멘텀이 내년에도 이어질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인의 ‘사자’ 전환이 일시적 수급 변화에 그칠지, 코스피 시장에 대한 구조적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지는 반도체 실적의 실제 궤적과 환율·금리·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변수의 향방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당분간 외국인의 매매 동향과 반도체 업종의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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