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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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놀랄 일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이 겪었던 일이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무척 서운할 법하다. 임기 말까지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진작에 이뤄졌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도 3%를 훌쩍 넘을 것 같다. 산업화 과정에서 부당하게 소외되었던 호남에 첨단 산업을 유치한 것도 전례 없는 성과다. 외교 참사를 털고 한국을 정상 국가로 돌려놓은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통은 또 어떤가? 국무회의를 비롯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간담회를 주재하는 등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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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나? 왜 지지율은 낮아지는 것일까? 대통령이 중도 확장에 나서면서 보수 인사를 기용하고, 핵심 지지층이 요구한 검찰 개혁 등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했기 때문일까? 한국갤럽에 따르면 부정 평가의 이유로 검찰 개혁을 언급한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인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다. 반면 부동산 정책과 경제·민생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는 각각 30%와 13%에 이르렀다.
그러면 부동산 공급을 신속하게 늘리고, 검찰 개혁을 국민의 요구대로 하고, 국민의 불만에 성실히 대응하면 지지율이 오를까? 이재명 정부는 신속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현안에 대응하는 것만으론 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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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위기는 개별 현안에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위기는 왜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되는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이 없는 데 있다. 근본적 질문이 없으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가 없다. 이재명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면, 국가의 장기 비전을 만들고, 이를 실현할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5년 안에 성과를 내야 다음 선거에 이기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였다. 비전과 전략 운운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라는 것이다.
나는 역대 모든 민주당 정부가 현안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최선을 다했던 그 정부들은, 결과론일지 모르지만, 모두 정권 재창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정부는 노무현이라는 바람을 타고 간신히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재창출에 실패했다. 특히 윤석열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에 뼈가 시릴 정도로 아픈 상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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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일까? 답은 분명하다. 국민의 삶이 시장과 사적 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국민연금을 보자.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의 평균 수급액은 117만원에 불과하다. 자산을 축적하지 못하면, 서민은 물론 중산층도 안전한 삶을 살 수 없다.
난제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은 필요가 아니라 구매력에 따라 기회를 불평등하게 배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급 확대나 규제정책만으론 부동산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잦아들 수가 없다. 대학 입시는 어떤가? 제도를 수백번 바꿔 보라. 서울대를 10개가 아니라 100개 만들어 보라. 기업 규모와 노동시장 지위에 따른 임금 격차가 커지고,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백약이 무효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현안 대응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대응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라면, 위기의 근원을 제거할 수 없고, 5년 단임제의 저주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왜 국민은 그토록 부동산과 주식에 목을 매는가? 왜 대학 입시는 첨예한 계층·계급 갈등의 진원지가 되었는가? 왜 경제가 성장해도 괜찮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가? 대통령이 말했듯 지금은 대격변의 시대다. 근본적 질문을 해야 할 때다. 기존의 성장과 분배 방식이 오히려 문제를 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한다. 대통령직은 5년짜리지만, 민생은 5년짜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질문은 5년 임기가 아니라 민생의 근원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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