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자 경남도민일보는 마산로봇랜드 2단계 사업 공모에 응모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로봇랜드가 멀쩡히 굴러가고 있는데 무슨 공모고 응모냐고 되물을 독자도 있겠다. 그러나 이 짧은 기사 뒤에는 이미 나간 1662억 원과 앞으로 나갈 혈세가 걸려 있다.
경위는 이렇다. 경남도가 2007년 정부의 산업연계형 테마파크 공모에 뛰어들어 이듬해 사업자로 확정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126만 ㎡에 7000억 원을 들여 1단계로 테마파크와 연구·컨벤션센터를, 2단계로 호텔·콘도·팬션 506개 실을 짓는 얼개였다. 사업자가 여럿 오고 간 끝에 2015년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이어받아 2019년 1단계만 문을 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민간사업자는 ‘펜션 터 소유권 이전’ 문제로 대출금 상환이 되지 않아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며 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해지시지급금을 청구했다. 두 차례 재판 모두 사업자 손을 들어주었고, 경남도는 상고를 포기했다. 1단계 총사업비 1100억 원짜리를 1662억 원에 되산 셈이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절반씩 물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이를 행정 부실이 낳은 재정 낭비로 판단했다. 이행이 어려운 현물 출연 약정이 해지 단초를 제공했고, 공공 활용도가 낮은 시설에 오히려 SOC보다 많은 지급금을 약정했다는 것이다.
관의 ‘민자사업’이란 것이 이렇게 돌아간다. 민간은 자기자본을 조금 넣고 공공사업이라는 신용을 업어 거액 대출을 받는다. 대신 협약에는 어떤 식으로든 공사비를 회수할 안전판이 들어간다. 협약 원문은 공개된 적이 없으나, 앞의 지적을 보면 1단계 사업비에 준한 해지시지급금이 약정된 듯하다. 누가 잘못을 했든 1단계만 지어 놓고 손을 털어도 원금은 돌아온다는 뜻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망해도 본전’이다. 이런 장사가 어디 있나. 여기 있다.
남은 것이 외진 곳에 홀로 선 지금의 놀이공원이다. 경남연구원이 기존 계획으로는 투자 매력이 없다고 진단한 것이 벌써 재작년 말이다. 더군다나 이번 공모는 협약이 해지되면 지어 놓은 시설을 도지사에게 무상 귀속시키는 조건이었다. 어찌 보면 응모가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로봇랜드’에는 정말 ‘로봇’이 있는지, 놀이공원 하나 믿고 500실 숙소가 가당키나 한 것이었는지. ‘로봇랜드’만이 아니다. ‘웅동1지구’, ‘마산해양신도시’. 이름만 다르지 줄거리는 대체로 같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사안을 오래 붙들어 왔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감사원 지적과 공모 개시를 같은 날 나란히 실었고, 이튿날 사설로 ‘무책임·무능이 낳은 마산로봇랜드 사업’이라 못 박았다. 임기 안에 착공하는 일에만 마음을 쓴 탓이라고도 썼다. 지역 언론이 아니었다면 남지 않았을 기록이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 없지는 않다. 박완수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언론 질의에 로봇랜드는 1·2단계 모두 정상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스무이레 뒤 응모는 0이었다. 정상 추진과 응모 없음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물었으되 검증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엎어진 물은 되담을 수 없다 하더라도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될 일 아닌가. 사설 주장은 기획으로 뒷받침될 때 힘을 얻는다. 어딘가의 어떤 협약서에는 이보다 더한 약정이 적혀 있을지 모를 일이고, 또 누군가는 과거의 누군가처럼 임기 중 치적 과시를 궁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태형 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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