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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온누리]패배보다 무서운 것은 책임을 잃는 것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지만, 월드컵만큼은 언제나 예외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때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응원전에 나섰다. 2002년 여름을 기억한다. 온 거리가 붉은 물결로 뒤덮였고 낯선 사람과도 손을 맞잡으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온누리]패배보다 무서운 것은 책임을 잃는 것이다

[온누리]패배보다 무서운 것은 책임을 잃는 것이다

칼럼

새전북

2026년 07월 02일 16:14

승인

2026년 07월 02일 23:42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지만, 월드컵만큼은 언제나 예외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때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응원전에 나섰다. 2002년 여름을 기억한다. 온 거리가 붉은 물결로 뒤덮였고 낯선 사람과도 손을 맞잡으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날 우리가 사랑했던 것은 축구가 아니라 희망이었다.

그래서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더욱 아프다. 패배 자체 때문이 아니다. 국민이 함께 품었던 희망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축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라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왜 팀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는지, 왜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 무기력했는지, 왜 국민이 납득할 설명조차 없었는지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장수가 형세를 읽지 못하면 병사는 길을 잃는다. 이번 대표팀의 실패는 선수들의 한계가 아니라 리더십의 부재가 만든 비극이었다.

더 큰 실망은 경기 이후였다. 브라질에 역전패한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가장 먼저 팬들에게 허리를 숙였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준비된 입장문만 읽은 채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귀국길에서도 팬들의 절규 앞에 끝내 침묵했다.

사퇴는 책임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책임 그 자체는 아니다. 책임은 국민 앞에 설명하는 용기이며, 실패를 인정하고 상처받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자세다.

홍명보 감독에게 분노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를 홍명보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더 큰 책임은 그를 선임하고도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든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불투명한 감독 선임, 폐쇄적인 의사결정, 책임지지 않는 조직문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클린스만의 실패도, 홍명보의 실패도 결국 같은 시스템이 낳은 결과였다.

축구는 국민에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서로를 하나로 묶고 내일을 꿈꾸게 하는 희망이다. 그렇기에 지도자의 책임은 더욱 무겁고, 조직의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이제 한국 축구는 감독 한 사람을 바꾸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민 앞에 책임지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공정한 감독 선임과 투명한 운영, 유소년부터 국가대표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다시 시작해야 할 경기는 이제부터다. 축구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스포츠다. 그 희망은 뛰어난 선수 몇 명이 아니라, 책임지는 지도자와 신뢰받는 시스템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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