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에 대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해 보고서 제출로 대체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70%까지 높이는 등 민간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었지만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준비한 발표를 30쪽 분량의 보고서 제출로 대신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은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주비 대출과 용적률,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공급을 막는 걸림돌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등에 전달한 ‘서울 부동산시장 이슈 분석 및 대정부 건의사항’ 보고서에는 민간 정비사업·민간임대·세제 등 3개 분야 8대 제도 개선 과제가 담겼다.
우선 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하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 상한 용적률을 현행보다 1.2배까지 확대해 공급 여력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은 결국 공급 확대의 열쇠가 민간 정비사업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은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은 민간이 담당하고 있으며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2031년까지 순증되는 물량만 8만5000가구로 정부가 새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6만5000가구보다 많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협업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주비 대출 규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오 시장은 “이주비 대출이 막혀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잠시 거처를 옮기기 위한 이주비까지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공급 확대 정책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간임대 분야에서는 청년과 서민 주거의 핵심인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매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LTV 규제를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를 적용하는 한편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세제 분야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 장기보유특별공제 현행 유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조정 등을 통해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직장 문제 등으로 자신의 집을 전세로 내놓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1주택자의 경우 매물을 내놓더라도 현금 보유자가 아니면 세입자가 해당 주택을 매수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간임대사업자 역시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16년째 조정되지 않은 과세표준 탓에 일반적인 주택에도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제도와 시장 현실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정부에 제출한 서울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3개 분야 8대 정책과제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서울시청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의 근거로 서울 부동산시장이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6.8%, 월세가격은 6.6% 올라 모두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청년과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고 전세 물량 감소로 주거 이동도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무주택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원룸 월세는 일부 지역에서 최대 두 배까지 뛰었고, 청년층이 빚을 지는 가장 큰 이유도 주거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고덕아르테온 행복주택은 최고 12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40~50대는 이사할 집을 구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민심과 주택시장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제는 수요 억제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 중심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공급이 뒷받침돼야 집값과 전월세 시장이 함께 안정되고 청년과 서민도 다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 “10분 정도만 설명하고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고해 달라고 하려 했는데 보고서만 전달하게 돼 상당히 섭섭했다”며 “
부동산 문제는 논쟁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서울시장으로서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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