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올해 성장률 2.0% 밑돌고 물가는 2월 전망치(2.2%) 상회 예상"
시장에선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시중은행 대출금리 오름세 지속
이창용 "전쟁 끝나면 환율 빠르게 내릴 수도…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적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동결(연 2.50%)했다. 작년 7월 이후 7연속 동결이다. 중동전 여파로 환율, 물가, 성장이 모두 불안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 침체만 생각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2%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1,500원 안팎을 넘나드는 고환율을 감안할 때 시중에 돈을 더 풀어 물가·환율 불안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금통위가 장기간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금통위는 물가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하고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역시 미국·이란 간 휴전 합의로 1,480원대(10일 주간 거래 종가 1,482.5원)로 내려왔지만, 언제 또 다시 1,500원을 넘을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급 요인 등을 봤을 때 중동 전쟁만 없었으면 환율이 상당히 안정될 수 있는 국면으로 변했다"면서 "중동 사태로 환율이 빨리 오른 만큼 사태가 안정되면 그만큼 빠르게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앞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도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올라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오늘 이 시점에서 얘기하라고 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통위의 7연속 금리 동결로 사실상 '인하 사이클(주기) 종료' 관측이 굳어짐에 따라 금리 인상 전환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6월 물가가 상당 폭 오르면 새 한은 총재가 (의결문 등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없애고 긴축 신호를 시장에 보낼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에 따라 하반기 중 금리를 한 두차례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3.00%에 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이란 사태 후 올해 국제 유가 가정치를 배럴당 평균 85달러로 높이면서 기준금리 예상 경로도 연내 동결에서 4분기 1회 인상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7연속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이날 기준 연 4.20~6.80%로 집계됐다.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2.50%)으로 유지했던 1월 15일 기준 주담대 금리는 3.91~6.21% 수준이었다. 당시와 비교해 주담대 하단은 0.29%포인트, 상단은 0.59%포인트 뛰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달 신규 취급 주담대 평균금리는 하나은행 4.74%, 우리은행 4.61%, 농협은행 4.60%, 국민은행 4.58%, 신한은행 4.57% 등이었다. 전월 대비 하나·국민 0.05%포인트, 농협 0.03%포인트, 신한 0.04%포인트, 우리 0.0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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