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17원 17년 만에 최고치…코스피 장중 5,400선도 내줘
국고채 3년물 3.6% 위로…’금리 인상론’에 경기 회복세 찬물 우려
국내 금값, 7.9% 폭락…"이란사태 격화에 금리인하 기대 후퇴"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은행 환전소에 달러화 등 각국 통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격화하며 국내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코스피는 6% 넘게 미끄러졌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1,520원에 다가섰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안전자산인 금값도 폭락했다. 중동발 불확실성에 유가와 환율이 나란히 치솟으며 실물 경제 충격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6.7원 치솟은 1,517.3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공항 창구 환전 환율(1,578.3원)은 1,580원에 육박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들을 초토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이에 이란군 측이 "더 심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중동발 긴장이 한층 고조된 탓이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 환율 상승 압력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는 새파랗게 물들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6.49%) 급락한 5,405.75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6.57%), SK하이닉스(-7.35%), 현대차(-6.19%), LG에너지솔루션(-5.19%)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크게 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6,984억원, 3조8,17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은 7조30억원 순매수로 맞섰다. 코스닥지수 역시 64.63(5.56%) 내린 1,096.89로 장을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9.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611%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0bp 오른 연 3.875%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은행 차기 총재에 지명된 신현송 후보자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이라는 평가에 채권시장이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이날 보고서에서 “신 후보자가 이르면 올해 5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충격 심화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잡은 2%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계감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중동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유가와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올해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전제한 국제 유가는 60달러 초∙중반"이라며 "이란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돼도 유가가 70달러를 밑돌기는 어려워 보이고, 그로 인한 통화정책 경로 수정 등을 고려하면 환율 레벨 자체가 상향된 상태로 균형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폭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는 전장보다 7.87% 내린 1g당 20만8,53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금·은 선물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쇼크의 충격으로 국내 금 시세가 10.00% 폭락했던 지난달 2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국제 금값도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 온스당 5,193.39달러에서 23일 4,243.22달러로 18.30% 내렸다. 이날 하루에만 444.82달러(9.49%)가량 폭락했다. 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선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와 달러인덱스 및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금값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 은 등의 귀금속 가격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면서 "금은 주간으로 9.6% 하락해 2011년 9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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