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트럼프 2기 출범 후 최고치인 4.7%를 기록하는 등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년 만기, 30년 만기 금리는 이보다 더 높은데, 25년 만의 가장 높은 연 5.25% 수준을 나타내며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초만 해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힘을 얻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국채 금리가 이렇게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미국의 국가부채를 언급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국가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40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가부채 증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재정 지출뿐 아니라 감세 법안,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늘어난 국방비 지출에 기인한 바가 크다. 부채가 상당한 만큼 발행한 국채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 역시 역대급인데, 미국 행정부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국방비 지출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렇게 이자 지출이 늘어나면 크게 불어난 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더 빌려야 하는, 즉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미 거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이 추가로 기존보다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한다면 채권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국채 금리 상승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 적자를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미국 국채의 주요 투자자였던 해외 중앙은행들과 빅테크의 변심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해외 중앙은행들은 대미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담아둘 마땅한 글로벌 금융상품을 찾기 어렵기에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미국 우선주의 성장과 높은 금리, 그리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불안감은 달러화 강세를 야기했으며 그 반대편에 있는 미국 이외 국가들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통화 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미국 이외 국가들은 환율 방어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던 미국 국채를 매각해 받은 달러를 시중에 파는 이른바 달러 매도 개입을 진행하게 된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미 국채를 팔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과거 미 국채를 사들였던 타국 중앙은행들이 되레 미 국채를 처분하는 정반대 대응을 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빅테크 역시 비슷하다. 과거 빅테크들은 상당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며 이를 미국 국채나 회사채를 사들이는 ‘큰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에 엄청난 현금을 투입하면서 자금 부족을 겪게 됐고, 외려 빅테크 자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미 국채를 사들이는 채권시장의 자금 공급자에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자금의 수요자가 된 것이다.
국가는 더 많은 돈을 빌리려 하는데 과거 돈을 많이 빌려주던 큰손인 빅테크가 이제 함께 돈을 빌리려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돈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돈의 공급이 줄어들면 돈의 가격인 금리는 자연스럽게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 내 물가 상승 전망이 커지는 것 역시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중동전쟁은 8월 중순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6개월가량 이어지고 있으며, 전쟁 이전 대비 에너지 가격은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 상승 부담이 큰 만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을 많이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연준의 독립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원인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요인이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하나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미 국채 금리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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