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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건영의 경제읽기]구조적 장기 침체 vs 구조적 성장

지난 9월 초 미국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개최됐다.

[오건영의 경제읽기]구조적 장기 침체 vs 구조적 성장

지난 9월 초 미국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개최됐다. 각종 지정학적 분쟁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었을 뿐 아니라 관세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분절화, 그리고 각국의 재정적자 심화로 인한 국채 금리 급등 등 민감한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열렸던 중요한 회의였다. 해당 회의에서 중요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지만 필자는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가장 눈길이 갔다. 케빈 워시는 과거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국면이 종료됐으며 이제는 외려 구조적인 성장(secular growth)의 시대가 됐다고 발언했다. 구조적 장기 침체와 구조적인 성장,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거대한 경기 침체의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연준의 양적완화 및 제로 금리와 같은 강력한 통화정책 사이드의 돈 풀기 정책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돈 풀기를 할 때는 실물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듯하다가 돈 풀기를 멈추는 긴축으로 전환하려는 시그널만 나와도 시장은 크게 발작하곤 했다. 양적완화에서 벗어나겠다는 시그널을 던졌던 2013년 5월 테이퍼 탠트럼이나 2015년 말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불과 0.25%포인트의 인상에도 금융시장이 격렬하게 흔들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돈 풀기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 성장이 가능하려면 실물경제에서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며, 늘어난 소득은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소비를 앞당기는 강력한 촉진제 역할을 하고, 수요가 강해진 만큼 더욱더 많은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기업의 투자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이유다. 이러한 성장은 설비투자를 위한 기업의 자금 수요를 늘려 기업을 자금시장의 주요 수요자로 만든다. 금리가 돈의 가격이라면,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는 강한 성장과 함께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고, 이는 만성적인 투자 부진과 그로 인한 소비 침체를 낳았다. 그 결과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됐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구조적 장기 침체”라고 부른다.

구조적 장기 침체 상황에 빠져 있다면 여기서 헤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약간의 부양책을 쓸 때는 그 순간에는 좋아질지 모르지만 부양책의 끈을 놓으면 금세 되돌아가는 문제가 생겨나곤 했던 것이다. 이에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은 급기야 고압 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주장하게 된다. 고압 경제는 부양책을 쓸 때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초과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미인데, 과도한 부양책을 통해 수요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 지속될 정도로 강해지면 그런 수요에 맞출 수 있는 공급이 필요해진다. 기업들은 적절한 상품 공급을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게 되고 이를 통한 성장이 구조적 장기 침체 탈출의 해법이 되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압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현실화된다. 코로나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퍼부었던 재정 및 통화 정책은 과거 금융위기의 몇배에 달했고, 이는 단기적으로 수요의 폭발을 만들었으며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인플레이션을 소환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인공지능(AI) 혁명은 상당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원천이 돼주었다. 이후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현금을 다 쓴 빅테크 기업들이 부채를 늘리면서까지 투자를 확대하는 지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종됐던 투자가 다시 살아난 세상,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바로 여기에 주목한다. 투자 확대는 자금 수요를 늘리고, 이는 돈의 가격인 금리를 높이게 된다. 연준 의장이 주목한 것은 침체에서 성장으로 넘어가는 경제 구조의 변화다. 경제 구조가 달라진 만큼 금리 역시 과거보다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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