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마루 반도체’ 재건 꿈꾸며…라피더스가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에 건립한 공장 조감도. (라피더스 제공)“국익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지난 2월 일본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에 대한 정부·민간기업 자금 조달이 확정되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X(옛 )에 올린 글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라피더스가 추진하는 차세대 반도체는 일본 경제 미래를 좌우할 최첨단 기술에 필수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거액 지원을 합리화했다.1980년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한 국가는 일본이다.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라 불리며 세계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했다. 톱10 반도체 기업 가운데 6곳이 일본 기업이었다. 하지만 미국 견제와 한국 기업 추격으로 1990년대 들어 점유율이 급락했다. 현재는 한 자릿수 수준에 그쳐 ‘몰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일본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라피더스다. 이 회사는 반도체 산업 부흥을 목표로 2022년 8월 정부 주도로 설립된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이다.라피더스는 미국 IBM 기술 지원을 받아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 인근에 생산시설을 건립했다. 지난해 7월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으며, 2027년 하반기 최첨단 2나노(㎚·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한다.라피더스가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2031년까지 7조엔(약 65조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1조7000억엔(약 15조8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2월에도 정부 유관기관인 정보처리추진기구(IPA)를 통해 1000억엔(약 9200억원), 2026회계연도 예산으로 1500억엔(약 1조4000억원) 추가 출자를 확정했다.IBM 손잡고 2나노 양산 도전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 출자금과 보조금, 연구·개발 지원 등을 모두 합치면 지원 규모가 3조엔에 달한다”고 분석했다.정부 지원에도 아직 필요한 금액은 4조엔이다. 이 가운데 2조엔(약 18조원)은 일본 대형 은행 3곳이 라피더스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재밌는 것은 민간기업인데도 해당 채무에 대해 정부가 보증해준다는 점이다. 사실상 정부 지원이나 다름없다.그나마 라피더스에 고무적인 것은 지난 2월 마감된 민간기업 출자에서 일본 기업 32곳이 1676억엔(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애초 예상한 1300억엔을 웃도는 규모다. 물론 민간기업 출자와 라피더스 차원의 자기자본 증액 등을 고려해도 여전히 8000억엔(약 7조4000억원)이 부족하다.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라피더스에 출자하는 기업이 기존 8곳에서 32곳으로 늘었다”며 희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32개 기업의 개별 출자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그룹과 소니그룹이 각각 210억엔을 출자해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도했다. 후지쯔는 200억엔, NTT는 110억엔, 토요타는 50억엔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일본 캐논이 라피더스에 반도체 설계와 시제품 제작을 위탁했다. 카메라 등에 사용하는 이미지 처리용 2나노 반도체다. 일본 대기업이 라피더스 고객 후보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 회사 내부 분위기는 고무적이다.다만 우려도 있다. 라피더스가 목표로 하는 2나노 공정을 필요로 하는 일본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라피더스의 자금줄이 마르면 추가로 거액을 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여기에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공장에 3나노 공정을 도입할 가능성도 부담이다. 라피더스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도쿄 = 이승훈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0호(2026.03.11~03.17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옛 영광 찾아서…日, 라피더스 희망가 [JAP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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