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목소리 “실효성 없었던 SW교육 답습”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025년 12월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초중고 AI 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지금 교육당국의 인공지능(AI) 교육 정책은 중구난방입니다. 인공지능 원리를 가르친다는 건지,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는 건지, 교육 도구로 쓴다는 건지 개념부터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공지능 교육을 둘러싼 논의도 겉돌 수밖에 없죠.”
송근상 충남 서천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송 교사는 지난 2일 정부의 인공지능 교육 정책에 문제의식이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과 함께 ‘인공지능 교육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초중고에 ‘인공지능 교육’을 명목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교육의 개념과 방향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초중고 인공지능 교육의 가장 핵심으로 밀고 있는 사업은 ‘인공지능 중점학교’ 사업이다. 총 385억원의 특별교부금이 배정돼 있다. 전국 초중고 1141곳을 중점학교로 지정하고, 한 학교당 평균 3400만원을 지원한다. 이들 학교는 인공지능과 정보 교과 시수를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부는 중점학교 예산을 인공지능 구독료로 쓰지 말고 아이들의 인공지능 교육 활동에 쓰라고 한다. 하지만 참고하라고 안내한 교육 사례가 너무 부실하더라”며 “결국 교사들이 교육 내용을 알아서 만들라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최근 교육부가 인공지능 중점학교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에 참석했다.
인공지능 교육 정책이 껍데기만 요란했던 과거 소프트웨어 교육 정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015~2020년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 사업을 진행했다. 송 교사는 “정부는 선도학교를 확대하고 코딩 교육을 늘렸다고 성과를 자랑했지만, 막상 코로나19 때 학생들은 화상 수업 플랫폼 로그인조차 어려워하더라”며 “기초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조차 길러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교육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민간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현장에 들어오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각종 테크 기업이 정부에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민관 합동 교육을 제안하고 있으나, 자사 생태계 확장을 위한 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미국에서 학교를 통해 학생 100만명에게 보급된 구글의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 ‘비 인터넷 오섬’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은 이 프로그램을 사실과 거짓 정보를 구분하는 방법을 게임 형식으로 가르쳐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2023년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연구팀은 구글의 이 프로그램이 사이버 괴롭힘과 같은 학생들의 온라인상 부정적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교육 행동계획’을 발표한 교사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교육 정책에 대해 “딥페이크나 데이터 편향성 등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윤리 교육을 최우선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할 때도 기기 없이 진행하는 ‘언플러그드 교육’을 확대하고, 인문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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