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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화읽기] 짐 캐리의 세자르 시상식

딥페이크와 AI 목소리 클로닝은 이제 전문가조차 육안으로 판별하기 힘든 '하이파이(Hi-Fi)' 기만의 시대를... AI와 딥페이크로 실제와 구분이 어려워진 이미지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은 실제 촬영과 구분하기 어려운...

[영화읽기] 짐 캐리의 세자르 시상식

인산의 영화읽기 - 짐 캐리의 대역 논란

인천투데이=인산 시민기자|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제51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그 어떤 수상 소식보다도, 배우 짐 캐리였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춘 짐 캐리의 ‘대역’ 논란이 불거졌는데. 부자연스럽게 고정된 눈매, 홍채의 색, 인위적인 표정, 그리고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던 유쾌하던 인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듯한 행동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짐 캐리는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할리우드에 존재하는 ‘클론 연예인 리스트’에 등재되었는데, 본 음모론의 내용은 이렇다: 할리우드엔 배후세력이 존재하고, 배후세력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 제거되거나 대체된다는 음모론이다.

대역 논란에서 느껴지는 기시감

이 대역 논란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마이클 잭슨이나 투팍의 생존설이나, 영국 여왕이 사실은 도마뱀 인간이라는 주장들. 이러한 음모론들은 대개 2000년대 후반 조작되거나 순간포착된 글리치가 담긴 조악한 저화질 영상들에 의해 빈약한 신빙성을 얻고 빠르게 유포되곤 했다.

하지만 현재 짐 캐리가 대역 논란에 휩싸인 시대의 음모론들은 ‘믿어지는’ 양상이 과거와는 상이하다. 이번 짐 캐리의 논란은 ‘실제로 촬영된’ 고화질의 영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자르 시상식의 짐캐리가 대역 인물이라는 논란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짐 캐리의 마스크를 만들어 세자르 시상식에 참여했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알렉시스 스톤까지 등장하며, 혼란은 가중되어갔다. 물론 거짓말임이 밝혀졌지만, 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 게시글의 댓글창을 보면 대중들과, 동료 할리우드 배우들까지도 혼란스러워하는 의견들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알렉시스 스톤의 X 갈무리.

와인스틴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부터 확산된 ‘미투’ 운동부터 외국 힙합계의 ‘디디 게이트’나, 작년 하반기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앱스타인 리스트’ 등. 우리는 음모론이라고 생각되어 왔던 정치계/연예계의 허무맹랑한 스케일의 추문들이 사실임이 밝혀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제기되는 ‘인간이 대체되고 있다’는 음모론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서 꽤나 상징적인 것처럼 들린다. 단순히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고루한 위기론이 아니라, 현재 발전한 기술로 인해 우리가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 현상이 실재하는 것인지부터 의심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과거 정보의 부재와 저화질 영상 등 한계로 번성한 음모론

과거 200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마이클 잭슨 생존설"이나 "히틀러의 달 기지설"은 정보의 부재와 저화질 영상이라는 기술적 한계를 양분 삼아 번성했다.

당시의 음모론은 "보이지 않는 곳에 진실이 있다"는 은밀한 믿음이었으며, 거친 화질 자체가 오히려 진실의 알리바이가 되기도 했다. 반면, 현재의 짐 캐리를 둘러싼 음모론은 선명함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만 같다.

딥페이크와 AI 목소리 클로닝은 이제 전문가조차 육안으로 판별하기 힘든 '하이파이(Hi-Fi)' 기만의 시대를 열었다. 특히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대역(복제인간)으로 교체했다는 음모론은 심지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은 마스크를 쓴 짐 캐리라는 황당한 주장으로까지 번져나간다.

과거의 음모론이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음모론은 눈앞의 선명한 현실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히토 슈타이얼의 ‘빈곤한 이미지’

현재의 밈(Meme) 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틈만 나면 언급되는 히토 슈타이얼의 ‘빈곤한 이미지’는 낮은 해상도와 반복된 복제를 통해 제도적 미디어의 통제를 벗어나 유통되는 이미지였다.

슈타이얼은 조악한 이미지가 오히려 더 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하고, 복제되며, 중심부에서 생산되고 상영되는 ‘고화질의 이미지’의 선전으로부터 벗어나서 탈집권적인 정치적·문화적 파급력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 논의가 그대로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오늘날 과잉되어 생산되고, 복제되는 이미지들은 저화질로 풍화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해상의 위조 영상들 역시도 빠른 속도로 생산되어가고 있다. 해상도가 지니는 진실성의 권위는 유지한 채,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위조된 사실들이 유포되어가고 있다.

AI와 딥페이크로 실제와 구분이 어려워진 이미지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은 실제 촬영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현실의 증거로서 이미지’라는 오래된 인식을 약화시킨다.

보드리야르는 이미지가 현실을 재현하는 단계를 넘어, 현실보다 앞서 존재하는 ‘시뮬라크르’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은 오늘날 생성형 이미지 환경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실제 사건이 존재하기 이전에, 혹은 사건과 무관하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하나의 현실처럼 소비되는 장면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은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불안을 낳는다. 아직까지는 생성형 이미지에 대해 의심하는 태도가 비교적 널리 공유되고 있지만, 미디어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세대에게 이러한 경계는 점차 희미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미지가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라면, 생성형 이미지의 확산은 그 기반 자체를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그 복제되거나 조작된 현실의 이미지들에게 익숙한 (점차 성인이 될) 세대들에게 더 이상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가 뒤집히고 있는 사례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단순히 빈곤한 이미지가 확산되는 시대라기보다, 정교하게 생성된 이미지가 현실의 인식을 선행적으로 조직하는 단계에 가까워 보인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많은 이미지를 보게 되었지만, 그것이 어떤 사건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이 논란은 단순히 한 배우의 외모 변화나 행동에 대한 의심이라기보다,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가 뒤집히고 있는 사례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한때 스크린 속에서 “이 모든 것이 쇼일지도 모른다”고 외치던 배우가, 이제는 그 자신의 그 징후의 대표적 사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짐 캐리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와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기묘하게 겹쳐 보인다. 물론 세자르 상의 짐 캐리는 단지 안면 거상 시술을 받은 것임이 명백해 보이지만···.

인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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