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영부인 비선실세에 공천청탁 1억 건넸지만 ‘또’ 무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가까운 비선(秘選)실세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공천을 청탁하며 1억원 상당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받아온 박창욱 경북도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핵심인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자금 출처에 관한 혐의만 인정됐다.

건진법사 전성배에 국힘공천 청탁 박창욱 도의원

1억 건넨 사실 인정에도 1·2심 정치자금법 무죄

타인계좌 차명한 쪼개기송금 금융실명법만 유죄

1심과 같은 1년 실형…송금 공모 배우자는 집유

2심, 전성배 ‘김건희 특별한 친분관계 바탕’ 판시

영향력 인정에도 “법령상 ‘정치하는 사람’ 아냐”

전씨 수수한 1억도 ‘정치자금’ 불인정 법망 피해

정자법 위반 혐의 연계된 브로커도 별건만 유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왼쪽), 윤석열 정권 시기 대통령 부부 인맥 등을 내세워 통일교 부정청탁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오른쪽).[연합뉴스 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가까운 비선(秘選)실세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공천을 청탁하며 1억원 상당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받아온 박창욱 경북도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핵심인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자금 출처에 관한 혐의만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제13부(김무신 부장판사)는 25일 정치자금법·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창욱 도의원에게 1심 같은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도의원이 전성배씨에게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전씨가 현행법상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무죄 판단을 이어갔다.

박 도의원은 일명 ‘쪼개기 송금’에 따른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으며, 범행을 공모한 배우자 설모씨도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와 박 도의원을 주선한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모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무죄, 별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인정돼 1심보다 2개월 줄어든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박 도의원은 앞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씨에게 국민의힘 경북도의원 공천을 청탁하며 현금과 한우세트 등 총 1억원 상당의 금품을 김씨를 통해 두차례에 걸쳐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또 배우자 공모해 지인에게 1억원을 빌린 뒤 다른 사람의 계좌로 나눠 전씨에게 송금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는 전씨가 이같은 내용을 오을섭 전 윤석열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수사 결과 파악했다.

김건희 전 영부인과 가까운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국민의힘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박창욱 경북도의원이 지난 2025년 9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심 재판부는 “전씨가 ‘대통령선거 당선인의 배우자와 특별한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당선인 및 주변 정치인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정당의 공천 관련 대가를 수수한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추가로 제출된 증거를 봐도 전씨가 ‘그 밖의 정치를 하는 사람’에 해당하거나 수수한 1억이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박 도의원 부부가 받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도의원 후보자의 청렴한 자세가 결여된데다 “선거 과정에서 민의를 왜곡시키려 해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 “가족·배우자·지인까지 동원해 치밀하게 탈법 목적으로 차명 거래했다”며 “수사·공판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잘못 뉘우치는지도 의문스럽다”고 질타했다.

브로커 김씨에 대해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 무죄를 선고했다. 전씨를 통해 공공기관 공사 수주를 알선해주겠다며 공사업체로부터 급여 명목 금품을 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의 경우 다시금 인정하되 형량을 기존 1년 6개월형에서 2개월 낮췄다. 1심의 8228만원 추징에 대해선 “수수한 금액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다”며 명하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 도의원이 전씨에게 공천 대가 1억원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전씨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거나 1억원이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 도의원과 설씨는 범죄행위가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피하고자 타인 명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 판단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 선고 후 특검팀은 “원심은 전씨가 정치자금법상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1억원이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는데, 이는 정치활동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2심 결심에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박 도의원에게 징역 3년, 김씨에게 징역 1년 선고를 각각 요청했다. 특검팀은 금융실명법 위반 1년형을 아울러 박 도의원에게 총 4년을 구형했으며 김씨에 대해선 변호사법 위반 2년형 선고도 요청했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