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이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정부는 지난달 21일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으로 마련된 20조 원을 신설 기금 내 ‘교육·인재 계정’에 배치하고 그중 일부를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영유아 보육에 투자해 교육 단계별 예산 불균형을 해소해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오랫동안 정체돼왔던 유보통합 추진에 실질적 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유보통합 논의는 2000년대부터 시작돼 2013년 유보통합위원회 출범, 2023년 보육 사무의 교육부 이관, 2024년 유보통합 실행 계획 발표로 일부 진전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영유아 보육이 교육부로 이관됐지만 지방 보육 사무와 재정의 이관이 마무리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영유아가 어느 지역, 어느 기관에 다니는지에 따른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 재구조화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른바 ‘미래 대응’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보통합 실행 계획 발표 후 정책 이행이 지연되는 사이 보육·교육 현장은 지역과 기관 유형에 상관없이 저출생에 따른 영유아 수 감소와 정책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직업 전망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역량과 열정을 가진 예비 교사의 유입이 줄어드는 한편 우수한 경력 교사의 이직이 늘어나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와 함께 우수하고 전문성 있는 영유아 교사를 양성해온 대학의 교육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보육·교육의 질과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낳는다.
모든 영유아는 평등하며 저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고유한 존재다. 유보통합의 취지는 0~5세 모든 영유아가 이용 기관, 지역, 가정 등 배경에 관계없이 질 높은 보육·교육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확대하고 기관 간 격차를 해소하는 유보통합의 취지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저출생으로 아이의 수는 줄었지만 한 명 한 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영유아 1인당 투자를 늘려 보육·교육의 질적 전환을 이루는 것은 이후 초·중등교육의 질적 도약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이는 국가 발전을 위한 우수한 인적 자본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은 이 같은 재원 마련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다만 재원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금 규모는 세수 여건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기금 내 영유아 계정의 최소 전입 비율을 명시해 원칙을 세우는 한편 예산 운영의 안정성을 위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새로 마련될 재원이 답보 상태인 ‘국가책임형 유보통합 실행 계획’ 이행과 어떻게 맞물릴 수 있을지 밝혀야 한다.
유보통합은 재무·예산·자격 등 수많은 법적 통합 조치가 남아 있으며 20년 넘게 끌어온 난제다. 그럼에도 모든 영유아를 위한 양질의 교육 실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다. 유보통합의 취지에 공감하는 학계와 현장의 일부 합의도 이미 마련돼 있다. 이제 새로 마련될 재원이 오래된 과제의 답보를 풀어내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지금은 다시 시간표를 미룰 것이 아니라 유보통합을 완성해야 할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