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회 경남청소년연극제 현장
14일까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5개 시도 7개 연극 동아리 참가
“삶의 방향 가늠할 좋은 기회”
30회 경상남도청소년연극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서는 김해삼문고등학교. /한국연극협회 밀양지부
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모습을 또 다른 청소년들이 객석에서 바라보고 있다. 청소년들은 그들끼리 모이면 그 어느 청중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조명이 켜지고 꺼질 때마다, 배우의 대사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장면을 기대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면 크게 웃고, 등장인물이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청소년 관객들은 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경남청소년연극제에서만 볼 수 있는 현장성이 살아 숨 쉬는 무대와 객석의 모습이다.
우리들 이야기 담은 연극
30회 경상남도청소년연극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서는 김해삼문고등학교. /한국연극협회 밀양지부
30회 경상남도청소년연극제가 ‘청소년, 무대를 잇다’를 주제로 밀양아리랑아트센터에서 14일까지 펼쳐지고 있다. 여기서 단체 대상을 받은 팀이 경남 대표로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한다. 하지만, 이 행사에서 중요한 건 참여 청소년이 스스로 성향을 알고 진로를 탐구하는 체험하는 일이다.
올해 첫 무대는 8일 오후 2시 밀양아리랑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김해삼문고등학교의 <가족이라는 이름>(허서연 작·연출)이었다.
주인공 백하은은 학교생활이며, 아르바이트며 성실하게 하려 노력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이를 원망만 하는 술 취한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 ‘삼문대행서비스센터’를 알게 되면서 가족 대행을 부탁하는데 센터에서 일하는 한설이 “당신이 원하는 가족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의뢰를 거절한다.
과거의 한설은 부모 없이 자라면서 혼자서 외롭고 힘든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삼문대행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박이준, 유서아, 곽두팔을 만나고 가족의 진면목을 보게 되면서 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한설 또한 백하은과 비슷한 처지였던 것이다. 한설은 백하은을 이해하면서 폭력적인 아빠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과정에서 백하은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연극에서 관객의 중요성 깨달아”
30회 경상남도청소년연극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서는 김해삼문고등학교. /한국연극협회 밀양지부
공연이 끝나고 단체 관객이 빠져나가 로비에는 이민혜(45)·허용석(45) 부부만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딸 허서연(김해삼문고2) 학생의 첫 연극 무대를 보러 김해에서 밀양으로 왔다. 아버지 허 씨는 평일에 연극을 보기 위해 연차를 냈다. 부부는 딸에게 줄 꽃다발을 준비했다.
허 학생은 가정에서 조용한 성격에 말수가 많지 않단다. 그래서 부부도 연극 내용을 미리 알지 못하고, 무대에 와서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작품을 보고 나니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했다. 부부는 예능 프로그램 구성작가가 되려는 딸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
허 학생은 올해 1월 말부터 <가족이라는 이름>을 구상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극본을 만들어냈다. 그는 “보여주기식 관계만 추구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내면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첫 무대를 경상남도청소년연극제에서 선보였는데 연습할 때는 몰랐던 관객의 역할을 알게 됐다고 했다. 허 학생은 “이번에 연극은 관객과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됐다”며 “무대를 만들고 관객 앞에 직접 선보이는 게 연극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연극을 한 편 더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번 작품에서 김형준(김해삼문고 2) 학생은 삼문대행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박이준 역을 맡았다. 처음 무대에 서는데 관객이 생각보다 많아 긴장감이 높아져 첫인사를 할 때 실수할 뻔하기도 했다. 그는 교내 연극 동아리 플레이타임에서 연극을 접해보고 소심했던 성격에서 유쾌한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학생은 “연극을 진로로 삼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작품·역할이 있다면 또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삼문고에 이어 10일에는 통영 충렬여자고등학교의 <내 안에 타인>이 무대에 오른다. 11일부터 14일까지는 △진주 삼현여자고등학교 <정답없음> △김해율하고등학교 <초능력 갤러리> △통영동원고등학교 <후배 위하는 선배> △창원 명지여자고등학교 <바보가 되면 안 돼?>가 매일 오후 2시에 상연된다. 폐막·시상식은 14일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이번 연극제는 밀양시와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가 주최하고 ㈔한국연극협회 밀양지부가 주관한다. 모든 공연은 무료다. 문의·예매 0502-1410-5822.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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