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세리머니 펼치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일본을 상대로 25점을 터뜨린 공격 선봉 이해란. 뉴스1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여자 농구대표팀. 뉴스1
한국 여자 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26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명의 라이벌이자 개최국인 일본을 75-70으로 물리쳤다. 일본은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랭킹 9위로 한국(14위)보다 높다. 한국은 최근 한일전에서 7연패 중이었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일본전 연패에서 벗어났다. 상대 전적에선 48승 24패로 우위를 지켰다.
이로써 여자 농구는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고,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선 일본에 패해 8강 탈락했다. 이번 승리로 항저우 대회에서 일본에 당한 패배도 설욕했다. 또 한국은 ‘원투펀치’인 특급 센터 박지수(청주 KB)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가드 박지현(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 공백을 딛고 일군 우승이라서 더 값지다는 평가다.
이해란의 3점포가 터지자 환호하는 한국 벤치. 연합뉴스
한국 농구는 여자와 남자 대표팀이 동반 아시안게임 우승을 달성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남자 농구는 지난 20일 결승에서 일본을 67-57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선 키 2m20㎝ 센터 장쯔위가 버틴 FIBA 랭킹 7위 ‘만리장성’ 중국을 무너뜨린 데 이어 이날 일본 마저 잡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전반을 42-23, 19점 차로 앞섰다. 이어진 후반에도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특히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한국은 일본에 72-70, 2점 차로 쫓기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강이슬(아산 우리은행)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며 승리를 지켰다.
이해란(용인 삼성생명)이 24점 9리바운드, 강이슬이 21점 7리바운드로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이소희(부산 BNK)도 16점 6리바운드로 지원사격했다. 우승 후 박수호 감독은 “선수층이 얇다는 우려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열심히 따라와 주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선수들도 이번에 처음 느꼈다. 이 기회로 앞으로도 선수가 없더라도, 그나마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도 열심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팬과 셀카 세리머니 펼치는 선수들. 연합뉴스
12년 만의 금메달을 이끈 박수호 감독. 뉴스1
2024년부터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억지로 12명 엔트리를 채우는 대신, 여름부터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다져온 호흡을 믿고 11명으로 대회를 치르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특정 선수 위주로 훈련하거나 경기를 운영하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다 있었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없는 상황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코트에 나서는 11명의 선수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용 인원을 폭넓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남자 농구는 몰라도, 현재 여자팀을 황금세대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 여기 있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일궈낸 값진 성과”라고 했다. 이어 “한국 여자농구가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하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어린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것 같다. 이번 우승이 여자농구 저변 확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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