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준호 국회의원./남도일보 DB
국회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의 계절을 맞았다. 정부의 국정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되짚는 국정감사가 ‘의정활동의 꽃’이라면, 지역에서는 주민이 직접 마을의 내일을 결정하는 주민총회가 ‘주민자치의 꽃’이라 할 만하다.
최근 중흥동 주민총회를 찾았다. 행사장 한편에 ‘북구준호이슈’라는 민원청취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불금 골목민생단’의 북구판이다. 주민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듣고 하나하나 받아 적었다. 정치의 출발은 결국 주민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데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그날 특히 마음에 남은 제안은 중흥동이 가진 문화자산을 제대로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중흥동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이 태어난 곳이고 어린 시절 다닌 광주효동초등학교가 자리한다. 그의 『소년이 온다』는 광주의 5·18을 문학의 언어로 세계인의 기억에 새겼다. 한 작가의 성취를 넘어 광주의 역사와 정신이 세계문학의 자산으로 확장된 것이다.
필자도 주민총회 단상에서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한강의 문학과 중흥동의 골목, 5·18의 기억을 연결해 세계인이 찾는 문학·문화관광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 주민의 상상을 정책으로 만들고 대한민국과 세계의 관심을 끌어오는 지렛대가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제 한강의 노벨문학상이라는 역사적 성취를 일회성 기념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문학과 교육, 관광과 도시브랜드로 확장할 구심점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이 북구라고 생각한다.
북구에는 한강의 중흥동과 광주문학관, 시화문화마을이 있다. 전남대학교와 광주역, 국립5·18민주묘지, 옛 광주교도소 등 광주의 민주주의를 읽을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자리한다. 주민참여예산제와 아름다운마을만들기를 통해 주민 스스로 마을의 이야기를 지역자산으로 키워온 경험도 갖고 있다.
마침 광주는 국회도서관 분원 유치라는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필자는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과 함께 국회에서 ‘국회도서관 호남분관, 왜 광주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며 광주 유치를 공론화해 왔다. 부산에 이어 세종에서도 건립이 추진되는 만큼 이제 호남에도 국가 지식문화의 거점이 필요하다.
도서관의 역할도 달라졌다. 책을 보관하고 빌리는 공간을 넘어 사람이 만나고 배우며 창작하고, 지역의 역사와 기억을 축적하는 복합문화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CC 라이브러리파크가 기록·전시·아카이브를 연결하고, 고창 황윤석도서관이 지역의 인물과 역사를 문화콘텐츠로 확장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내년 국립한국문학관 개관을 앞둔 지금 한국문학을 향한 세계의 관심 역시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국회도서관 입지는 단순히 부지의 크기와 교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학·교육·역사·문화자원과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인지까지 평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구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태생지, 광주문학관과 무등도서관, 전남대학교의 교육·연구 기반, 5·18의 역사자원과 광주역이 한 공간에 연결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이라는 세계적 성취를 광주의 미래 자산으로 확장하고 국가도서관의 새로운 모델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좋은 명분과 입지조건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 이 자산들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해야 한다. 국회도서관과 광주문학관, 공공·작은·학교·대학도서관을 연결하고 ACC와 5·18 사적지, 평생교육·문화예술·관광까지 하나의 지식문화 생태계로 묶는 것이다.
중흥동에서는 한강의 문학을 만나고, 광주문학관에서는 남도의 문학을 읽으며,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배우는 도시. 도서관이 건물 안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가 한 권의 책처럼 읽히는 광주를 상상해볼 수 있다.
다만 국회도서관 입지를 정치인들의 성과 경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광주 유치에 힘을 모으고, 지역민과 전문가가 쌓아온 노력과 성과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입지는 접근성과 확장성, 문화·교육자원 연계, 균형발전과 도시성장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에 맡기고 그 기준과 과정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회도서관 유치가 지역민심을 갈라놓는 경쟁이 아니라 광주의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북구는 가진 경쟁력을 당당하게 제시하면 된다. 북구에는 가장 경쟁력 있는 검증된 주민들이 계신다.
북구는 ‘소년이 온다’ 한 권이 광주의 5월을 세계인의 기억으로 확장했듯, 한강의 노벨문학상이라는 성취를 이제 도시의 미래로 확장할 때다. 국회도서관은 그 지식문화 생태계를 여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첨단산업과 메가시티가 전남광주의 성장 기반을 만든다면, 책과 문학, 기록과 기억은 도시의 품격과 영혼을 채울 것이다. 주민의 서사를 국가정책과 도시브랜드로 키워, 책을 읽는 도시를 넘어 도시 자체가 한 권의 책이 되는 대한민국 대표 ‘도서관도시’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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