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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을 말하는 교회, 말은 앞서고 삶은 멈춰 있다

낙태 허용 입법 막기 위한 국민 청원 진행", 2026.01.14. https://news.cpbc.co.kr/article/1169833 예여공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여성을 말하는 교회, 말은 앞서고 삶은 멈춰 있다

방향은 제시했지만, 변화는 미뤘다

교회는 여성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지만, 정작 여성들의 삶은 그 말의 궤적 안에서 길을 잃곤 한다. 최근 공개된 시노드 제5 연구진 보고서와 한국 주교단의 성명은 교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각각의 말로 보여 준다. 하나는 경청과 식별, 동행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금지와 규범의 언어다. 두 문서는 그 대비를 또렷하게 보여 주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지금 ‘누구의’ 언어로, ‘무엇을’ 위해 말하고 있는가.

먼저 지난 3월 10일에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의 후속 작업으로 구성한 10개 연구진 중 여성과 관련한 제5 연구진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이 연구진은 2023년과 2024년 시노드 총회 이후, 교회 안 주요 쟁점을 심화 연구하기 위해 조직되었고, 그 결과를 2026년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제5 연구진의 보고서는 “여성의 교회 생활과 사명 안에서의 참여와 리더십”을 다루며, 여성 문제를 지금 교회가 먼저 읽어야 할 ‘시대의 징표’로 제시한다.

1)

또한 여성들의 경험을 듣고, 그 경험이 교회의 방향을 바꾸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여성들이 교회의 의사 결정과 사목의 중심에서 실제 책임을 나눌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2)

특히 여성이 본당 사목 평의회뿐만 아니라 교구 수준의 의사 결정 기구와 신학 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여,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남성 성직자와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여성 참여와 리더십 확대의 필요성을 분명히 말하지만, 이를 어떤 제도 변화로 구체화할 것인지까지는 상세히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아직 ‘무엇을 바꿀 것인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방향은 제시했지만,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는 남아 있다. 독자는 여전히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 머물게 된다.

외신 반응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바티칸뉴스>는 이 보고서가 경청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담았다고 평가한다.

3)

반면 <아메리카 매거진>과 <OSV 뉴스>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자”는 제안에 머물 뿐 기존 구조를 바꾸는 결정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4) 5)

긍정적으로 읽으면 진일보이고, 비판적으로 읽으면 판단을 유보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분명하다. 교회는 여성의 참여를 말하기 시작했지만, 그 말이 실제 책임과 권한 재배치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 참여 문제에서 드러난 이 간격은, 다른 사안에서 교회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지를 볼 때 더 또렷해진다.

기준은 세웠지만, 함께 살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교회의 또 다른 말하기 방식이 등장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낸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반대 성명이다. 이 성명은 낙태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는 법안에 분명히 선을 긋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 무엇이 훼손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생명은 보호해야 하며, 법과 제도는 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6)

더 나아가 주교단은 입법 공백을 문제 삼으며, 형법 개정을 통해 낙태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교구와 가톨릭 매체들은 신자들의 참여를 요청하며, 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7) 8) 9)

이 사안에서 한국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기준이 현실의 삶을 어떻게 떠받칠지는 충분하지 않다. 주교단의 성명은 무엇이 죄인지, 무엇이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단호한 ‘금지의 언어’로 선포한다. 그러나 태어난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와 공동 책임을 말하는 선언을 제시했지만, 그것이 독박 육아와 경력 단절, 경제적 빈곤이라는 여성의 현실을 실제로 바꿀 구조와 실행 방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이 남는다.

법적 기준을 세우는 속도만큼이나, 그 생명을 ‘함께’ 길러 낼 공동체의 구조를 혁신하는 속도 또한 절실하다. 교회 공동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이 책임을 함께 짊어질지 역시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 지점에서 교회의 말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여성의 참여와 경청을 말하는 언어와,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해 강한 규범을 적용하는 언어가 병존하고 있다. 공동 책임과 사회적 지원을 언급하지만, 그것이 실제 여성의 삶을 지탱할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언어는 현실과 쉽게 어긋난다. 이 간극은 교회가 말하는 원칙과 신자들이 살아 내는 현실 사이의 거리로 드러난다.

교회는 두 가지 언어로 말한다

이 두 흐름을 나란히 놓으면, 교회의 말하기 방식이 대비되어 드러난다.

어떤 사안에서는 교회가 경청과 식별, 동행의 언어로 말한다.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함께 걸으며 방향을 찾으려 한다. 조심스럽고 더디다.

다른 사안에서는 교회가 금지와 규범의 언어로 말한다.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 분명히 한다. 빠르고 또렷하다.

문제는 이 두 언어가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놓이는가에 있다. 경청과 동행의 언어만 남고 결정이 뒤로 밀릴 때, 교회는 함께 걷지만 무엇을 바꿀지는 말하지 못한다. 반대로 금지와 규범의 언어가 먼저 나오고 삶은 나중에 따라올 때, 교회는 기준을 말하지만 그것이 삶 속으로 들어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말은 시작했지만, 삶은 아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문서는 공통된 빈자리를 드러낸다. 서로 다른 사안을 다루지만, 두 문서 모두 ‘교회의 말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시노드 보고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말하지만 “무엇을 바꿀지”를 미루고, 한국 주교단의 성명은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를 말하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 낼지”라는 실천 방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나는 방향을 열어 두고, 다른 하나는 경계를 세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그 말이 사람들의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경로는 여전히 비어 있다.

1) 2) 6) 7)

성주간과 부활 시기를 지나는 교회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예수님의 길은 단지 옳고 그름을 가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이었다. 여성들과 함께 걸으셨던 예수님의 십자가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길은 오늘도 교회가 어떤 말로,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 곁에 서는가를 통해 이어진다.

부활은 선언으로 증명되는 사건이 아니라, 죽음의 자리에서 다시 생명이 일어나는 신비를 통해 드러난다. 여성의 참여를 말한다면, 그 말은 실제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생명을 지킨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여성만이 아니라 교회와 남성이 함께 책임지는 돌봄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말이 들어선 자리에 삶이 비어 있다면, 그 자리는 결국 황량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문장이 아니라, 더 복음적인 말하기 방식인지도 모른다. 여성 참여를 말한다면 그것은 권한을 나누는 구조로, 생명 수호를 말한다면 그것은 함께 책임지는 돌봄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 교회가 여성을 향해 내놓은 말들은, 복음인가. 아니면 반향 없는 메아리인가.

각주

1) Synod of Bishops, “Women’s Participation in the Life and Leadership of the Church”, 2026.03.10.

https://www.synod.va/en/news/women-s-participation-in-the-life-and-leadership-of-the-church.html

2) Synod of Bishops, “Final Report of Study Group No. 5”, 2026.03.10.

https://www.synod.va/content/dam/synod/process/implementation/10workinggroups/final-reports/sg5/SG-5_ENG_Final-Report.pdf

3) <Vatican News>, “Synod Office releases third final report of the study groups”, 2026.03.10.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6-03/synod-office-releases-third-final-report-of-the-study-groups.html

4) <America Magazine>, “Where the women deacons question stands at the Vatican”, 2026.03.13.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and-reason/2026/03/13/women-deacons-vatican-synod-study-group

5) <OSV News>, “Vatican releases synod report on women’s role in Church leadership”, 2026.03.10.

https://www.osvnews.com/vatican-releases-synod-report-on-womens-role-in-church-leadership/

6) 한국 천주교 주교단,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성명서', 2026.03.12.

https://cbck.or.kr/Notice/20260116?page=1&gb=K1200

7) 천주교 청주교구, “만삭 낙태를 방치하는 형법 개정 요청 국민 청원 동의 요청”, 2026.01.12.

https://www.cdcj.or.kr/news/notice/3426

8) 천주교 수원교구, “모자보건법 개정 반대 및 형법 개정 요청 관련 공지”, 2026.01.18.

https://sd.uca.or.kr/gosan/board_view?board_seq=34297&mnucd=20003529

9) <CPBC> 뉴스, “만삭·약물 낙태 허용 입법 막기 위한 국민 청원 진행”, 2026.01.14.

https://news.cpbc.co.kr/article/1169833

예여공

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 '예여공'

에서 월례 모임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s://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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