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집권 1년간 부동산 시장의 장세를 요약하면 ‘트리플 강세’다. 집값과 전세·월세 가격이 모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1년간 서울 집값은 10.6% 올랐고 전세 가격도 6.8% 상승했다. KB부동산 월세지수를 바탕으로 누적 상승률을 계산하면 이재명 정부 1년간 서울 월세는 9%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6·27 가계부채 대책을 비롯해 총 다섯 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모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주택 공급 부족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감소한 탓이 크다. 신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재고 주택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끝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에 집값과 전셋값이 각각 2.5%와 5.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해당되는 얘기다. 지방은 0.5% 수준의 제한적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막대한 성과급이 풀리고 주식시장 활황으로 유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자금이 많은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고 보유세 인상과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같은 세제 개편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수요가 많은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심과 2·3기 신도시에서 주택 공급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으려는 노력과 함께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분야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이다.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15억 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가 늘었지만 모든 이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는 없다.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과 청년 등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주요 공급원인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입임대주택을 향후 2년간 수도권에 9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실제 조기 착공·준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1년 동안 집값을 잡느라 주거 복지에 다소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 들어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14.5% 감소하고 월세 매물도 21.2% 줄었다. 전월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한 탓도 있지만 공급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집값 상승을 이끈 요인 중 하나이고 전셋값과 집값이 교호하면서 가격 상승을 당겨주고 밀어준 것도 맞지만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 보증금은 강제 저축의 기능을 하며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내놓을 때다. 전월세 시장 안정이야말로 서민 주거 안정의 근간이다. 비아파트 매입임대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고 유형을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 자가 소유에 대한 열망과는 별개로 교통이 편리하고 직장이 멀지 않은 곳에 지어진 임대주택에서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살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4인 가구 등 세대 구성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연령과 소득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뿐 아니라 민간 건설사와 해외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을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주거 복지 선진국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지었으나 공공성이 강조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져 추가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되 공공성과 수익성을 잘 결합하는 방식을 설계한다면 임대주택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민주·진보 정부’에 걸맞은 주거 복지 정책이 나올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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