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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엔비디아, 한국서 'AI 자급자족' 실험…개발·부품·공급망까지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크래프톤 등은 네모트론 기반 연구와 상용화 경험을 소개하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한국은 빠른 적용 시장"…산업 현장과 직결된 실험장 엔비디아가 한국을 첫 해외 공개...

엔비디아, 한국서 'AI 자급자족' 실험…개발·부품·공급망까지

[MS투데이] 엔비디아가 서울에서 체험형 개발자 행사를 열고 자사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해외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미국 ‘GTC 2026’에서 발표한 기술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자리로, 한국이 첫 해외 개최지로 선정됐다.

행사의 핵심은 단순 강연이 아닌 ‘AI를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빌드 어 클로(Build-a-Claw)’ 세션을 통해 개발자들은 약 한 시간 만에 자신의 PC에 AI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파일에 접근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며, 대화 맥락을 기억하는 기능까지 구현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 모델,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특히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 PC에서 AI를 실행하는 ‘로컬 AI’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개인정보 보호와 비용 절감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도 함께 선보이며, 대형 모델을 외부 서버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했다.

네모트론 전진기지로 한국 낙점…700만건 합성 데이터 공개

엔비디아는 자사 AI 플랫폼 ‘네모트론(Nemotron)’ 생태계 확대 거점으로 한국을 낙점했다. 네모트론은 단일 모델이 아니라 사전·사후 학습 데이터셋, 훈련 기법,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개방형 AI 기술 제품군이다. AI를 단순 챗봇이 아닌 ‘에이전트’로 진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축으로 평가된다.

행사에서는 한국 개발자를 위한 700만건 규모의 ‘네모트론 페르소나 한국 데이터 세트’도 공개됐다. 이는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완전 합성 데이터지만, 대한민국 인구 구조와 언어·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한국어 말투와 지역 특성을 학습해 보다 현실적인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에이전틱 AI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인프라 효율성 극대화가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블랙웰 GPU와 NVL72 스위치, 초저비트 연산 형식(NVFP4) 등 하드웨어 혁신과 네모트론 모델 개발 경험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도 행사에 참여해 자체 AI 모델 개발 사례를 공유했다.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크래프톤 등은 네모트론 기반 연구와 상용화 경험을 소개하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한국은 빠른 적용 시장”…산업 현장과 직결된 실험장

엔비디아가 한국을 첫 해외 공개 지역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통신, 게임, 플랫폼 기업이 동시에 AI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정부 역시 독자 AI 모델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수용성이 높고, 개발자 커뮤니티가 활발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AI 산업 전문가는 “한국은 기술 도입 이후 실제 산업 적용까지의 시간이 짧은 시장”이라며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모델·데이터·하드웨어를 통합한 전략을 실험하고 확산하기에 최적의 거점”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개발 생태계 전반을 묶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AI 경쟁이 국가 단위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전략적 전진기지로 삼아 생태계 선점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열풍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하드웨어 공급망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 기업들은 AI 가속기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빅테크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했다.

AI 반도체 기판인 FC-BGA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는 고성능·고발열 환경을 견뎌야 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MLCC가 사용되며,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과거 완제품 기업 중심이던 공급망 구조가 ‘부품사 우위’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엔지니어들이 한국 부품사 공장 인근에서 상주하며 공동 설계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품사의 미세 공정 한계치가 AI 가속기 설계의 출발점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생태계·공급망까지…한국을 축으로 한 AI 전략

이번 서울 행사는 엔비디아의 전략이 단순히 고성능 GPU 판매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개발자 체험 프로그램을 통한 생태계 확장, 한국 특화 데이터 공개, 그리고 국내 부품사와의 긴밀한 공급망 협력까지 이어지는 다층적 접근이다.

AI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을 넘어 인프라 효율성과 생태계 장악력, 그리고 하드웨어 병목 해결 능력의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은 그 교차점에 서 있다. 엔비디아의 선택은 단순한 행사 개최지가 아니라, 글로벌 AI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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