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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없어서 못 판다"...K-전력기기 빅3, AI 슈퍼사이클 각자도생

미국 AI 빅테크 기업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기기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 3766억원, 영업이익 12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없어서 못 판다"...K-전력기기 빅3, AI 슈퍼사이클 각자도생

AI가 불 지핀 전력 슈퍼사이클…빅3, 같은 호황 다른 전략으로 승부

사진=효성중공업

(ㅍㅍㅅㅅ 남사웅 인턴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국내 전력기기 업계에 전례 없는 호황이 찾아왔다.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이른바 'K-전력기기 빅3'는 3사 합산 수주잔고가 약 3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변압기 리드타임이 3~5년에 달하는 산업 특성상, 이 물량은 사실상 2028~2030년까지의 안정적인 매출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경기 호황이 아닌 구조적 슈퍼사이클 진입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호황의 온도는 같아도, 세 기업이 베팅한 전장(戰場)은 서로 다르다.

세 기업 중 수주잔고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효성중공업이다. 3분기 말 기준 수주잔액은 13조 85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조원 이상 급증했다. 핵심 경쟁력은 765kV(킬로볼트) 극초고압 변압기다. 미국 765kV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누적 설치 물량 기준 약 50%의 레퍼런스를 보유한 1위 사업자로 평가된다.

이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생산 거점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며, 경남 창원 공장에서도 1000억원 규모의 증설을 병행하고 있다. 실적도 가파르다. 2024년 4분기 10.4%였던 영업이익률이 2025년 4분기 20.2%로 수직 상승했다.

효성중공업의 강점은 '패키지 수주 전략'에 있다. 초고압 차단기, 리액터, 차단기 등을 초고압 변압기와 함께 패키지로 공급하는 전략을 펴고 있어 향후 가파른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단일 품목 납품에서 나아가 전력 시스템 전체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수익 기반을 넓혀가는 셈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빅3 중 수익성 지표에서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9953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원 내외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략적 선별 수주의 결과다. 765kV 초고압 변압기 등 고부가 프로젝트 중심의 선별 수주로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역 다변화 측면에서도 적극적이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을 통해 북미 생산능력을 50% 확대하는 동시에, 스웨덴·핀란드 등 전력기기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잇따라 고압 차단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미 매출 비중은 올해 47%, 내년 5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잔고는 약 69억 8300만 달러(약 10조원) 규모로, 효성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수익성 관점에서는 세 기업 중 가장 앞선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LS일렉트릭은 포지셔닝이 다소 다르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초고압 변압기 중심으로 성장해온 것과 달리, LS일렉트릭은 배전반·배전 기기 등 전력 분배 단계의 경쟁력이 높다. 전력 생산·송전 영역보다 최종 수요처에 더 가까운 배전 단계에 특화된 구조다.

이 포지션은 국내 반도체 대형 공장 신설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수혜 경로를 갖는다. 미국 AI 빅테크 기업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기기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 3766억원, 영업이익 12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45.3% 증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권가는 LS일렉트릭의 성장 사이클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경쟁사들이 2024~2025년 20~30%대 고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LS일렉트릭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2026년에는 경쟁사 성장률이 10%대로 정상화되는 반면 LS일렉트릭은 20%대 성장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주잔고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도 있지만, 배전 기기 특성상 계약 규모가 작고 회전이 빠른 구조임을 감안해야 한다.

장밋빛 전망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 관세 정책의 변동성, 각사의 공격적인 증설 이후 공급과잉 가능성, 그리고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밸류에이션 부담은 함께 점검해야 할 변수다. 세 기업 모두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동시에 추진 중인 만큼, 2027~2028년 증설 완료 시점에서의 공급 균형이 향후 수익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이클의 지속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은 단순히 수주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발주처가 공급자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시장"이라며 "북미 중심의 전력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최소 수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I가 만든 전력 수요의 폭발, 수십 년간 방치된 노후 송전망의 교체, 그리고 중국산 배제라는 지정학적 수혜까지 세 가지 동력이 한꺼번에 맞물린 지금, K-전력기기 빅3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나눠 가지고 있다.

사진=효성중공업

(ㅍㅍㅅㅅ / PPSS ) 남사웅 인턴기자 press@pp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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