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주 언론중재위원장. 사진=언론중재위원회
지난해 12월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 최완주 언론중재위원장은 서울행정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판사 출신의 정통 법조인이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단단한 독립성을 갖추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 제도적, 정책적 기반을 탄탄히 마련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최 위원장을 만나 창립 45주년을 맞은 언론중재위원회의 향후 과제와 최근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최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래는 일문일답.
-언론중재위원회가 신속한 언론분쟁 해결을 위해 탄생했지만 언론 피해자들이 느끼기에는 신속하지 않을 때가 많다. 피해구제 신속성을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
“사건 수는 증가하는 데 중재위원 수는 여전히 그대로다. 신속하게 중재부가 사건을 처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2022년에는 조정사건 처리 기간이 평균 14.8일이었는데 2025년엔 28.7일로 늘어났다. 언론 피해라는 건 시시각각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고 더 늘어나고 있다. 언론 보도 피해 특성상 피해자들은 한시가 급하고, 하루 이틀 늦어져도 굉장히 늦다고 느낄 수 있다. 결국 중재위원 수를 늘려 중재부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해결책이다. 현재 중재위원 수가 90명이 상한이다. 법을 바꿔 중재위원을 늘리고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중재부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 이미 중재위원 정원을 늘리는 개정안(90명→120명)이 국회에 발의되었는데 진전이 안 되고 있다.”
-언론중재위 조정신청 건수를 보면 과거에 비해 확실히 증가세다. 언론 보도 문제가 과거보다 심각해진 결과로 보는지 궁금하다. 일각에선 언론 중재제도 때문에 분쟁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분쟁이 중재위 때문에 새로 생긴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없던 분쟁이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잠복되어 있던 분쟁인데 피해구제가 간편해지고 신속해지면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 건수는 늘 수 있다. 사건 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구제 절차를 복잡하게 할 순 없다. 사건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 특히 인터넷신문의 폭발적인 증가로 봐야 한다. 소규모 또는 개인 인터넷 신문들은 대형 언론에 비해 책임감도 약하고, 팩트체크도 제대로 안 하고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만 하면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어 인터넷신문이 급증했다. 현 제도를 평가해 본다면.
“등록제에 문제가 있다. 등록제를 하더라도 요건을 엄격하게 해서 등록을 받던가 해야 하는데 지금은 요건이 별로 없다. 허가제로 하면 언론규제 문제점이 있으니 허가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등록은 하되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은 신문사 등록을 못하게 하거나, 등록했더라도 문제가 되는 언론사는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
▲최완주 언론중재위원장. 사진=언론중재위원회
-몇 달 전 여당에서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은 시사 유튜브 채널도 언론중재법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적극 찬성한다. 실질적으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영향력이 상당한 유튜브 채널들은 중재법 조정 대상에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튜브 채널이 언론중재법 대상이 되어도, 송달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유튜브 채널이 주소나 연락처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구글이 외국 회사라 협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언론 기능을 하고 영향력이 상당하다면 익명은 아닐 것이다. 주소 파악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채널에 온라인동영상뉴스서비스 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문체부) 등록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국회사인 구글과의 협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정 대상으로 포섭된 유튜브 채널이 정해지면, 송달 등의 문제점을 확인한 뒤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 같다.”
-7일부터는 허위조작정보 유포자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액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었다. 과거보다 허위조작정보가 줄어들고 언론도 좀 더 신중하게 보도할 것이란 기대부터 입막음 봉쇄 소송이 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법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망법에선 가중 손해배상 청구라는 용어를 사용했더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근본 취지에 찬성한다.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져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구체적 내용이 뭐냐에 따라 법안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놓고 언론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측면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양면이 있는데 하나를 택하고 하나를 버릴 수 없는 가치다. 이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지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이번 법안을 보니 고심해서 두 가치를 조화시키려 했던 흔적이 보였다. 우선 징벌 액수 상한을 5배로 정했는데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외국의 징벌 배상제도를 보면 기사 하나로 언론사가 망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다. 또 가중 손해배상 요건으로 허위인 걸 알고 있어야 하고, 손해를 끼칠 의도와 부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입증책임도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해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징벌 손해배상 남용도 규정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감시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가중 손해배상 소를 제기할 수 없고, 거기에 해당한다면 언론사들은 중간에 남용 여부를 가려달라는 신청을 할 수가 있고 법원은 60일 이내 선고하도록 했다. 책임 있는 언론사들이라면 가중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또한 종전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불법 정보 개념에 포함했는데 이번엔 빠졌다. 언론자유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다.”
-언론계의 난제 중 하나가 ‘공인’ 규정이다. 어디까지를 공인으로 봐야 할지 늘 어렵다.
“공인을 법적으로 규정한 법령은 없었다. 판례에 의해 형성된 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추상적이다. 이번 망법 개정안을 보니 공인 규정이 있다. 내가 보기에 최초다. 고위 공무원, 공직 후보자, 선거 입후보자, 대기업 임원, 언론사 대표 등을 (공인으로) 해놨는데, 지금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도 공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은 법 규정으로 해결되긴 어렵고, 여전히 구체적 사안에선 기존 판례를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공인에 대한 해석은 판례로 정립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후반기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가 뜨거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중재위원장으로서 남은 임기 목표가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위원 증원이 필요하다. 증원이 되면 서울중재부 확충뿐만 아니라, 인천시민들의 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천중재부 신설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인천시민들은 수원까지 가야 한다. 또 하나는 열람 차단 청구권 법제화다. 피해구제 실효성을 높이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언론 입장에선 차단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지만, (문제의 기사가) 남아있으면 누군가는 계속 보며 끝없이 피해가 발생한다. 언론 피해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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