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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언론 민영화? 자본에도 정치에도 종속됐다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대주주가 밀어붙인 인쇄공장 프린테크 사업의 실패는 재무 구조를 급속히 악화시켰으나 이를 수습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고, 2023년부터 2025년 2년 사이 사장 3명이 교체됐다. 언론에 무지한...

언론 민영화? 자본에도 정치에도 종속됐다

[자본이 삼킨 언론, 그 후] ① 주요 언론사 지배구조 분석

YTN·서울신문 민영화 이후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 문제 심화

홍보·로비에 동원하면서 투자 소홀, 내부 반발에 과잉대응까지

▲ YTN과 유진그룹 로고. 디자인=안혜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민영화 안건 의결이 무효 판결이 나와 정상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이 언론 인수에 나선 결과 여러 악영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026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한국을 가리켜 "건설사들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해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러 언론개혁 의제가 논의됐지만 '자본의 언론 잠식' 문제는 주목받지 않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창간을 맞아 '자본이 삼킨 언론, 그 후'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 편집자주

건설·금융 관련 기업이 언론을 인수하는 건 '일상'이 됐다. 12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신문, YTN과 같은 공적 소유 언론은 물론이고 ubc·G1·전주방송·KBC·매일신문, 경인일보 등 지역언론, 전자신문·아시아경제·헤럴드경제 등 경제지와 전문지의 주인이 달라졌다. 공적 소유 언론에선 역설적으로 민영화 이후 정치적 편향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기업이 언론을 홍보와 사업을 위한 로비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반면 투자는 소홀히 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기업에 넘어간 공영언론, 역설적인 '정치적 변화'

기업이 인수에 나선 언론은 장악력을 높이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024년 2월 한국전력 자회사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소유한 YTN 지분 30.9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은 지난해 4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39.17%로 확대했다. 자산총액 10조 원 이하 기업은 방송사업자 지분을 최대 40%까지 보유할 수 있다. YTN 측은 "경쟁력 확대를 위한 초기 투자"라고 설명했으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다른 대주주 지분을 모두 합쳐도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지분율을 끌어 올리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 YTN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5년 전 서울신문 최대주주로 올라선 호반그룹도 지난해 6월 유상증자를 통해 322억 원을 출자해 서울신문 지분율을 늘렸다. 1대·3대 주주인 서울미디어홀딩스와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지분율은 총 48.22%에 달한다.

이들 언론에선 역설적으로 정치적 변화가 감지된다. 김백 사장은 취임 이틀 뒤인 2024년 4월3일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오세훈 생태탕 보도,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 대국민 사과 방송했다. 고한석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기습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부조정실에 있던 PD들이 녹화 방송되는 걸 보면서 울었다"라고 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 지부장도 "모든 제작팀이 방송을 거부하니까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공익광고 방영하는 틈에 사과방송을 집어넣더라"라고 설명했다.

▲  서울신문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고한석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정치권력 플러스 자본권력까지 더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도 "윤석열 정부 때는 윤 정권에 맞는 김백 사장을 임명했다. 내란 이후에는 유진 측근을 이사로 임명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에 맞는 진보매체 출신들을 이사로 대거 밀어 넣었다. YTN을 유진의 정치권 로비나 보험용으로 삼겠단 거다. 훨씬 더 정치권력에 종속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건설 자본이 언론사를 인수해 로비 창구, 오너 일가의 사회적 지위 상승 수단으로 쓰고 있다"며 "결국 유진이라는 자본 권력이 충성하고 잘 보이고 싶은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생산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선전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 인수 이후 논조 '우경화'가 두드러졌다.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은 2019년 1월1일부터 2023년 5월10일까지 신문사의 사설과 칼럼 성향의 추이를 파악한 결과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보다 보수화된 것은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조중동과 논조와 가까워졌다. 호반 인수 이전 서울신문에선 등 진보적 논조의 사설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인수 이후엔 "흐트러졌던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만으로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짦은 시간에 거둔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하는 등 노골적인 친정부 논조를 보였다.

보도 사유화·간섭하면서 투자는 소홀

호반이 서울신문 최대주주에 오른 뒤 서울신문에서 호반 관련 기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도 특징이다. 호반그룹의 장학사업·사회공헌 활동, 호반건설 아파트 분양·주택 공급 사업 등 긍정적 내용의 보도가 늘었으며, 지난 3월엔 라는 사주 일가 기사가 1면에 게재되기도 했다.

▲ 헤럴드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헤럴드경제는 홍정욱 전 국회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문사 아킬라가 대주주로 있었으나 2019년 중흥건설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주주로 올라섰다. 헤럴드경제 지면에서도 중흥그룹 관련 보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2월 정창선 회장이 별세하자 3~5일 2면에 추모 기사를 게재하고, 같은달 11일에는 외부 칼럼 을 지면에 실었다. 중흥그룹 임직원 봉사활동, 중흥건설 분양 소식도 지면 기사에 소개됐다.

사모펀드가 언론을 소유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미디어 기업 KMH(현 KX이노베이션)에 소속된 신문사였으나 2021년 사모펀드 키스톤PE가 대주주가 됐다. 사모펀드가 언론사 경영권을 소유한 첫 사례다. 재무제표상 최대주주는 경영컨설팅 기업 올인이룸이지만 경영권은 여전히 키스톤PE가 행사하고 있다. 키스톤PE가 올인이룸 등 주요 주주들과 공동보유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  전자신문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더존비즈온이 최대주주인 전자신문은 윤석열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추진한 당시 "더존비즈온은 스테이지엑스에 약 100억 원을 투자해 기업용 이동통신 시장 시너지를 노린다"는 기사를 냈고, 정부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자 1면에 기사를 냈다. 대주주를 단순 홍보하는 것을 넘어 '로비'에 활용한 셈이다.

전자신문은 2023년 9월 대주주가 호반건설에서 더존비즈온으로 변경됐으며, 지난 3월엔 대주주 더존비즈온의 최대주주가 스웨덴 사모펀드 EQT로 바뀌면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전자신문 노동조합과 편집국 데스크들은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사모펀드 체제 출범 이후 재무적 성과만 앞세운 단기 수익 중심 경영이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아시아경제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과 홍선근 회장이 대주주인 더벨이 62.01%를 갖고 있는 브릴리언트코리아가 지난해 말 오피스 빌딩을 사면서 계열사에서 돈을 빌렸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시스지부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100억 원을 대여해 얻을 이자 수익보다 시급한 것은 당장 현장에서 펜을 놓는 기자들을 잡고 무너진 인력 구조를 복원하는 일이다. 지난해 9명, 올해 4명의 기자가 떠났는데, 회사는 경력 기자 채용을 2년째 중단하고 있다. 외부에 투입할 자금 여력은 있으면서 왜 편집국 인력 확충과 콘텐츠 보강 투자에는 인색하냐"고 비판했다.

위기의 지역언론, 과잉 대응하거나 방임

지역에선 대주주의 개입이 구성원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까지 번진 사례도 있다. 울산 지상파 방송사인 울산방송(ubc)은 2019년 대주주가 한국프랜지공업에서 건설사인 ㈜삼라로 변경됐다. 삼라는 SM그룹의 계열사로, 대주주 변경 직후부터 경영 간섭 논란은 계속돼왔다. SM그룹이 ubc로 하여금 연고도 없는 서울 수유리 소재 부동산을 사내유보금 150억 원을 들여 구입하도록 소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SM그룹 계열사가 두 차례에 걸쳐 ubc 자회사의 아파트 분양대금 155억 원을 빌려갔다는 비판도 나왔다.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SM그룹 회장이 ubc를 그룹 건설사업에 동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통화 녹취도 공개됐다.

▲  ubc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삼라는 SM그룹의 부당 개입 등을 비판한 ubc 노조지부장 개인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형사 고소까지 나섰다. 김영곤 전국언론노조 ubc지부장은 "최대주주가 어떤 의지와 사명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느냐,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현실"이라며 "사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으나 시정되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최대주주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민·형사 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주주의 방임이 언론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능인선원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국제신문은 수년간 만성 적자와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구성원들은 가장 큰 이유로 '대주주의 방임과 불통'을 꼽는다.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대주주가 밀어붙인 인쇄공장 프린테크 사업의 실패는 재무 구조를 급속히 악화시켰으나 이를 수습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고, 2023년부터 2025년 2년 사이 사장 3명이 교체됐다. 언론에 무지한 고령의 신도가 대표이사 자리를 맡아 온 기간도 길었다. 대주주와 대화할 수 있는 자리조차도 쉽게 마련되지 않았다. 사태 해결을 위해 면담을 요청하거나 법회를 찾아가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그 사이 직원들 임금은 밀리기 시작했고 퇴직금 미지급으로 회사 입출금 통장은 압류됐다.

결국 2024년 12월 국제신문 재직자와 퇴직자 등 147명은 체불임금과 미지급된 퇴직금 등 채권을 모아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모순적이게도 대주주 능인선원은 회생 절차에선 최대 채권자다. 국제신문이 어려울 때 지원한 자금을 투자가 아닌 대여금으로 처리해뒀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본력을 갖춘 부산 지역 향토 기업과 인수 작업을 협의하고 있다.

하송이 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산소호흡기를 꽂아놓은 채 방임했다"고 했다. 오상준 국제신문 총괄본부장도 "능인선원이 지원금을 다 빌려준 돈으로 처리해놨다 보니 재무 상태가 엉망이다. 국제신문의 79년 전통을 보고 인수하겠다는 업체들도 있었으나 막상 재무제표를 보고 포기한 곳도 꽤 된다"며 "오죽했으면 기업회생을 신청했겠나. 기업회생이 안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인식 아래 조금씩 더 힘을 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지배구조 변동은 최근 12년 내 대주주가 변동된 언론사 집계. 지분 현황집계는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연감 등의 자료와 취재를 종합했다.

▲ 전주방송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 G1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 KBC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경인일보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 매일신문 지분구조 변화. 디자인=안혜나 기자.

▲ 주요언론 지분구조 현황.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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