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포토샵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기업 마케팅 시장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반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자동화하고 개인화하는 통합 시스템 ‘어도비 CX 엔터프라이즈(Adobe CX Enterprise)’를 출시하며, AI 경쟁이 격화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플랫폼은 고객 분석, 성과 지표 관리, 콘텐츠 제작, 캠페인 최적화 등 마케팅에 필요한 여러 작업을 각각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들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마케터가 “이번 분기 교차 판매 실적을 3% 끌어올려달라”고 목표를 제시하면, AI 에이전트가 대상 고객을 추려내고 광고 문구와 이미지를 제작하며 성과를 분석해 개선안까지 제시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어도비는 이를 단순 자동화가 아닌 ‘AI 코워커(동료)’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이 전략을 세우면, 세부 실행과 반복 업무는 AI가 맡아 성과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브랜드 정체성까지 학습하는 ‘AI 엔진’ 탑재
어도비는 AI 에이전트가 기업 마케팅 현장에서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추가했다.
첫 번째는 ‘브랜드 인텔리전스’다. 기존 범용 AI 모델은 외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돼 기업 고유의 브랜드 톤앤매너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CX 엔터프라이즈는 고객사의 내부 데이터, 브랜드 가이드라인, 과거 피드백과 수정 이력, 이미지 스타일 등을 학습해 일관된 결과물을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수준이 아니라, 담당자들이 “이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던 기록까지 반영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인게이지먼트 인텔리전스’다. 이는 웹사이트, 모바일 앱, 이메일 등 다양한 접점에서 발생하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언제 전달할지 결정하는 기능이다. 단기 클릭 수가 아니라 고객 생애 가치와 장기 구매 가능성을 고려해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챗GPT·클로드·제미나이 모두 연결…‘개방 전략’ 선언
이번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 생태계 전략이다. 어도비는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엔비디아의 AI 모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시스템과 연동하도록 설계했다. 기업 고객은 이미 사용 중인 AI 모델을 유지하면서 어도비의 마케팅 기능을 추가로 결합할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AI 도구를 도입하면서 겪는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텍스트 생성, 이미지 제작, 고객 분석 등 기능별로 서로 다른 AI를 사용해야 했던 불편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결제 기업들과의 연동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고객 상담부터 주문, 결제까지 전 과정을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광고 대행사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도 이 플랫폼을 표준 도구로 채택하거나 관련 솔루션 개발에 나서며 생태계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와 자율형 에이전트 기술이 확산되면서,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경쟁 심화에 직면해 있다. 투자자들은 AI 스타트업과 빅테크의 공세가 기존 기업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실제로 어도비 주가는 연초 이후 큰 폭의 변동성을 겪기도 했다.
어도비는 CX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단순 콘텐츠 제작 도구를 넘어 기업의 고객 접점 전반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포춘 100대 기업 대부분이 어도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2만 개 이상 브랜드가 어도비 시스템 위에서 마케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는 “기업들은 AI를 실험하는 단계에서 실제 매출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어도비는 다양한 AI 모델을 흡수해 조정하는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성공 여부는 브랜드 일관성과 데이터 통합 능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포토샵 기업’ 넘어 마케팅 AI 플랫폼으로
어도비는 2009년 웹 분석 기업을 인수하며 디지털 마케팅 영역을 본격 확장했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이 마케팅·고객 경험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CX 엔터프라이즈 출시는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기업용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AI 에이전트가 마케팅 전략 수립부터 실행, 분석, 결제까지 연결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 구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어도비가 개방 전략과 에이전트 시스템을 앞세워 자동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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