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상 공학박사
K-방산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현실이 됐다. 한국산 무기체계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방위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전장의 개념이 지상·해상·공중을 넘어 우주로 확장되면서, 방산과 우주산업은 이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전략 영역이 됐다. K-방산의 다음 단계는 ‘K-우주’로의 도약이다.
과거 우주 개발이 과학 중심의 장기 프로젝트였다면, 오늘날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는 산업이자 안보다. 저궤도 위성 통신망은 군 작전의 실시간성을 좌우하고,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초소형 위성 군집은 감시·정찰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 산업의 기반이 된다. 방산은 우주 산업의 안정적 수요를 만들고, 우주 기술은 방산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한국의 정책 구조는 이 흐름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주와 방산 관련 기능은 과기정통부, 산업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우주항공청 등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다. 협력 강화 움직임은 있지만, 예산과 인사, 정책 우선순위가 분산된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중복 투자와 정책 혼선, 기업의 행정 부담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방산우주산업부’ 신설이 필요하다 . 다만 부처 신설은 정치적·행정적 부담이 크고 단기간에 추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즉시 작동할 수 있는 실행 전략은 마련해야 한다.
현재 문제의 본질은 조직의 숫자가 아니라 조정 기능의 부재다. 부처 간 협의체나 업무협약만으로는 전략과 예산을 통합하기 어렵다. 반면 대통령실 수석급 컨트롤타워는 각 부처를 관통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국가 차원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방산·우주 분야에서는 의사결정 속도 자체가 경쟁력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에 ‘방산우주산업기획수석’을 신설해 단계적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은 방산과 우주를 아우르는 국가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예산과 연구개발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며,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규제 혁신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우주 스타트업과 방산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추는 것도 핵심 과제다.
이 1단계가 작동하면 다음 단계로 확장할 수 있다. 기획수석을 중심으로 범정부 협의체를 상설화하고, 정책 조정 경험과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 이후 정책 일관성과 산업 성과가 입증되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방산우주산업부’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통합의 필요성은 크다. 방위산업은 생산 유발 효과와 고용 창출 능력이 높은 분야다. 여기에 우주 산업이 결합되면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수십조 원 규모의 국가 R&D 투자와 수백 개 기업이 얽힌 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비용 절감과 추가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민간 중심으로 성장하는 우주 산업은 정책 일관성이 확보될 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은 우주군 창설로 군사 우주 역량을 결집했고, NASA와 국방부 협력을 통해 민간 혁신을 전략 자산으로 흡수하고 있다. 유럽 역시 우주를 안보와 산업이 결합된 영역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우주를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만이 주도권을 확보하는 시대다.
물론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처 간 갈등이나 조직 비대화 가능성은 현실적인 문제다. 그러나 지금의 분산 구조가 더 큰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키는 설계다. 명확한 컨트롤타워 없이 협력만 강조하는 구조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지금 한국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 체계를 유지하며 점진적 개선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구조를 바꿔 도약의 기반을 만들 것인가. 방산 없는 우주는 시장성과 안보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우주 없는 방산은 미래 전장의 핵심 인프라를 잃게 된다. 방산과 우주는 별개의 정책 과제가 아니라 동시에 설계하고 함께 키워야 할 미래 성장 전략이다.
필자는 방산과 우주산업의 융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K-방산의 수출 경쟁력과 민간 우주산업의 기술 혁신이 결합될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방산 따로, 우주 따로의 구도를 넘어설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대한민국이 K-방산의 성과를 K-우주로 확장하려면, 두 산업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는 기획부터 시작해야 한다.
양현상 전문위원 yhs10386@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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