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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준환의 경제칼럼] '빈곤'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최빈국 방글라데시의 최하층 사람들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이 AI(인공지능)의 파고가 넘실되는 현실 속에 선진국 문턱에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그리고 삶의 의욕을 잃고...

[양준환의 경제칼럼] '빈곤'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나 꿈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인류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하나가 ‘빈곤’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곤’과 ‘빈곤의 대물림’ 그리고 ‘빈부 격차’ 등의 문제는 삶의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빈곤’ 문제는 오랜 연구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누구는 부자의 삶을 누리는가 하면, 왜 누구는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무엇이 우리네 삶을 이렇게 구분 짓는 것일까? 빈부 격차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인간사(人間事)에 비추어 명쾌한 답을 내놓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학계의 공인된 학설은 아니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배경을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경우다. 이들의 특징은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부를 후손들이 유지 또는 증식시키면서 이어간다는 점이다. 둘째로 스포츠나 예능 등 특수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이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프로의 세계에서 성공한 경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재주와 능력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러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소위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셋째는 앞의 두 가지 유형과 달리 사회의 비주류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 부자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창업’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창업’이야말로 빈곤층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부를 일구어 사회의 주류계층으로 진입하는 현실적인 통로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이 같은 창업의 놀라운 효과는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진 많은 실증 사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빈곤 국가로 알려진 방글라데시의 극빈층 창업 성공 사례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빈민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가 있었다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누스 박사는 1960년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에 남아 대학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번영을 구가하며 고도로 발전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세계 최빈국인 자신의 조국이 빈곤에서 벗어날 방법은 청년들을 위한 교육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과감히 미국 대학의 교수직을 내던지고 고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와 미래의 인재양성에 온 힘을 기울일 때인 1974년 방글라데시에 큰 흉년이 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나라에 대기근이 몰아닥치자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죽음으로 내몰리게 됨은 당연지사였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비참한 광경을 목격한 그는 백년대계를 위한 청년교육도 중요하지만 당장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더 시급한 사명임을 직감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이다. 경제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가 바라본 당시 방글라데시 금융기관의 일이란 가진 자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을 통해 부를 쌓는 것이었다. 그러한 구조 내에서 사회 빈민층이 금융기관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로소 유누스 박사의 노력으로 사회 하층민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금융기관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때 ‘그라민 은행’이 내놓은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소위 ‘소액신용대출(Micro Credit Financing)’ 이다. ‘그라민 은행’은 두 가지 독특한 운영방식을 도입했는데, 첫째 은행의 고객은 소위 ‘거지(beggar)’라 불리는 극빈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며, 둘째 ‘소액신용대출’을 받을 자격 역시 오로지 ‘거지’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기존 금융 산업 입장에서는 전혀 수용할 수 없는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유누스 박사는 극빈층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였고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 주었다. ‘소액신용대출’ 프로그램에 참가한 수많은 이들이 마침내 사회 밑바닥 생활을 훌훌 청산하고 크건 작건 당당한 기업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던 일을 일개 개인 사회사업가의 손에 의해 사회 대변혁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유누스 박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의 한 마디가 큰 울림을 준다. ‘나는 빈곤을 구제할 목적으로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거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최빈국 방글라데시의 최하층 사람들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이 AI(인공지능)의 파고가 넘실되는 현실 속에 선진국 문턱에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그리고 삶의 의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기회는 이미 여러분 곁에 와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보지 못하고 도전하지 못하는 것일 뿐!’

양준환 뉴시안 경제산업 전문위원 (경영학 박사·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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