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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야심차게 출발한 '경기 기후대응기금' 2년만에 반토막

경기도는 기금의 59.2%를 재생에너지 보급에, 35.9%를 연구개발 및 기후테크 육성에 집중 배치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경기도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합목적성'을...

야심차게 출발한 '경기 기후대응기금' 2년만에 반토막

출연금 240억서 118억 축소, 목표액 차질

일반회계 전입금 의존하는 재원 구조 한계

사업성은 합격점, 정량적 감축평가는 미흡

지방 세입 이전 등 독자적 재원 모델 시급

[고양신문] 경기도가 탄소중립과 RE100 달성을 공언하며 야심차게 출범시킨 ‘기후대응기금’이 불과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경기도가 계획했던 기금 조성 목표액 역시 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경기도의 재정적 지원에 기대어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사업을 설계하던 고양시 등 도내 기초지자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가 19일 발간한 ‘지역 기후대응기금의 현황과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의 기후대응기금 규모는 118억원으로 기금이 처음 출범한 2024년(240억원) 대비 50.8% 급감했다. 경기도는 원래 올해까지 출연금 총 12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누적 조성액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10억원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기금 축소 현상은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한 국내 5개 광역지자체 중 4곳의 기금 규모가 일제히 줄어들었다. 서울시는 3년 새 501억원에서 296억원으로, 부산시는 지난해 48억원에서 올해 41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남(1억 원→4억3000만원)만 유일하게 증가했을 뿐이다.

예산 사정에 휘청이는 기금, '재원 다각화' 실패가 원인

이처럼 지자체의 기후 신용 보증서 역할을 해야 할 기금들이 일제히 쪼그라든 원인으로는 단순한 재원 구조가 꼽힌다. 현재 국내 지역 기후대응기금 수입의 77~97%는 일반회계나 특별회계에서 넘어오는 ‘타회계 전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기금 재원의 92.4%를 특별회계 전입금에 기대는 실정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자체 일반 예산이 줄어들면 기후기금부터 가장 먼저 칼질을 당하는 구조적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사업 구성 측면에서는 경기도가 타 지자체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는 기금의 59.2%를 재생에너지 보급에, 35.9%를 연구개발 및 기후테크 육성에 집중 배치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경기도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합목적성'을 인정받았다. 실제 경기도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약 8529만 톤(2023년 기준)으로 서울시(약 2355만 톤)의 3배를 웃돈다.

반면 서울시는 기금의 31.3%(92억8000만원)를 화석연료 기반인 LNG 열병합발전소 유지보수에 썼고, 부산시는 기금의 63.8%를 기존 일반 환경 사업인 폐기물 청소 및 자원재활용 사업에 그대로 이관해 ‘무늬만 기후기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형식적인 심의위원회와 감축 성과평가 부재도 도마 위

기금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지자체 내부의 거버넌스는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5개 광역지자체의 기금운용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위원회는 공무원들이 기획한 사업을 사후에 서면 의견으로 만장일치 통과시키는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었다.

또한 경기도를 제외한 타 지자체들은 기금 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매년 발간되는 운용성과분석보고서에도 탄소 감축량, 재생에너지 생산 성과 등 핵심 지표는 빠져 있어 투명한 성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소세 연동하고 채권 발행하는 해외 선진 기금 배워야

보고서는 국내 기후대응기금이 단순한 재정 칸막이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이 되기 위해 세 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환경·교통 관련 세입의 지방 이전 및 녹색채권 등 기후금융 다각화 ▲지역 배출 구조에 특화된 고감축 프로젝트 집중 지원 ▲실질적 권한을 가진 거버넌스 개혁과 정량적 성과평가 체계 확립 등이다.

실제 스페인 카탈루냐주는 내연기관차 등에 부과되는 탄소세 수입의 50%를 기후기금 법정 재원으로 보장받아 연간 1억7000만 유로(약 2929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고배출 사업체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를 해당 업체의 감축 기술 R&D에 되돌려주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고수한다. 영국 런던시는 녹색채권 발행과 국부펀드 차입 등 금융 수단을 적극 활용해 3년간 3억 파운드(약 5972억원) 이상을 탈탄소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조원영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정부들이 기후대응기금을 발판 삼아 지역 특색에 맞는 탄소중립 이행 수단을 개척해야 한다”며 “각종 공공·민간 재원과 결합해 기존 재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축 투자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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