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토스뱅크 합류 변수는 비용 부담
카드사·빅테크·단말기 사업자 이해관계 충돌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를 둘러싼 간편결제 시장의 힘겨루기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다음달 지방선거 이후 애플페이는 현대카드 단독 구도를 벗어나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토스뱅크 등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페이는 그동안 카드사에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았지만, 애플페이 확대 움직임을 계기로 유료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 애플페이 확대 앞에서 다시 떠오른 삼성페이 수수료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2025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지급 서비스 일평균 이용 규모는 3557만건, 1조105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4.9%, 14.6% 증가했다.
간편송금 서비스도 일평균 742만건, 9785억원으로 각각 2.9%, 7.3% 늘었다. 결제가 카드사, 휴대전화 제조사, 빅테크 회사가 모두 뛰어드는 핵심 접점이 된 셈이다.
시장 변화의 출발점은 애플페이 참여 카드사 확대 여부다. 애플페이는 2023년 3월 현대카드를 통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다른 카드사의 합류를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추가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카드사는 없다.
최근에는 토스뱅크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 심사 승인을 받았고, 신한카드는 약관 심사와 기술 개발, 내부 테스트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식 출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관련 약관 심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수수료 부담이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카드사는 애플에 결제 관련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수수료가 결제액의 0.15% 안팎이라는 관측이 이어져 왔다. 다만 애플과 카드사가 공식 수수료율을 공개한 것은 아니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 큰 변수는 삼성페이다. 삼성페이는 2015년 국내 출시 이후 카드사에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페이 참여 카드사가 늘어나면 삼성전자도 수수료 부과를 검토할 명분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수수료 인상 여부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부담 전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애플페이 도입 확대와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 가능성에 대해 “카드사에 수수료가 새롭게 부과된다면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카드사가 포인트, 할인,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메울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카드업계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아이폰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애플페이 수수료에 삼성페이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비용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시장의 관심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토스뱅크의 실제 출시 여부에 쏠린다. 약관 심사와 기술 준비가 끝났다고 해도 회사가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으면 시장 변화는 제한적이다.
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합류하면 애플페이는 현대카드 단독 구도를 깨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KB국민카드가 뒤따르면 은행계 카드사의 대규모 고객 기반까지 애플페이 안으로 들어온다”며 “토스뱅크 참여시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이용자까지 결제 생태계에 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비스 출시는 서두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도입은 고객 확대 효과와 수수료 부담을 함께 짊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삼성페이 수수료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먼저 넓히면 카드사는 두 방향의 비용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될 수 있다.
◇ 단말기 경쟁까지 번진 간편결제 판
애플페이 확산의 또 다른 변수는 단말기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 방식 결제를 기반으로 한다. 대형 가맹점에서는 결제가 가능하지만, 소상공인 매장에서는 관련 단말기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여전히 있다.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처럼 고객 기반이 넓은 카드사가 합류하면 단말기 보급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단말기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여전히 쟁점이다.
최근에는 이 틈을 토스와 네이버페이가 파고들고 있다. 간편결제 경쟁은 이제 휴대전화 안의 결제 앱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매장 계산대에 어떤 단말기가 놓이느냐가 결제 데이터와 고객 접점의 주도권을 가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페이결제가 이뤄지면 전체 사용 금액만 알 수 있지만, 오프라인 상에서 페이결제가 이뤄지면 어떤 품목을 어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샀는지 데이터가 축적돼 사업자 입장에서 또 다른 플랫폼 가치가 쌓인다”며 “토스와 네이버페이가 출혈경쟁을 하면서도 이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라고 말했다.
토스의 결제 단말기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는 오프라인 결제 접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토스 프론트 가맹점 수는 2025년 말 기준 24만개, 누적 결제액은 약 26조원으로 집계됐다. 토스는 연말까지 50만대, 2027년까지 70만대 보급 목표도 제시했다.
네이버페이도 오프라인 결제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예약, 멤버십 등 강한 이용자 기반을 갖고 있다. 이 기반이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와 연결되면 카드사 중심의 결제 접점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네이버페이가 카드사를 곧바로 위협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빅테크가 오프라인 결제망 안으로 들어오면서 경쟁의 전선이 넓어진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네이버페이의 ‘네이버페이 커넥트’ 모습. [사진=네이버페이 홈페이지]
정치권 논의도 변수다. 다음달 3일 지방선거 이후 민생 금융, 플랫폼 규제, 소상공인 결제비용 부담 완화 논의가 다시 쟁점화되면 간편결제 수수료 문제도 함께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 이후 간편결제 정책 논의가 공식 일정으로 잡힌 건 아니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등 신기술 제도화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이중 수수료 부담을 앉으면서까지 도입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결제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선 지방선거 이후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지형 급변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 카드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애플페이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여부”라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가 가능한 날이 오게 되면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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