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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애플마저 인텔 품었다···美 '반도체 국대 연합' 현실화

지금까지는 압도적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수요를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AI 시대 들어 공급 부족 문제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생산...

애플마저 인텔 품었다···美 '반도체 국대 연합' 현실화

인텔.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애플이 자체 설계 칩 일부 생산을 인텔에 맡기기로 예비 합의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한 생산 계약을 넘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 미국 회귀'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TSMC 중심의 글로벌 파운드리 질서를 흔드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과 인텔은 최근 애플 기기에 들어가는 일부 칩을 인텔 파운드리 시설에서 생산하는 내용의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 양사는 1년 넘게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최근 수개월간 계약 세부 조건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어떤 칩을 생산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모바일·AI 관련 칩 생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계약이 성사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인텔이다. 인텔은 한때 세계 반도체 산업을 지배했지만 모바일 시대 대응 실패와 첨단 공정 경쟁력 약화로 TSMC와 삼성전자에 밀려왔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수년간 적자를 이어가며 '돈 먹는 하마'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애플 고객 확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단순 고객이 아니라 첨단 공정 신뢰성을 상징하는 기업"이라며 “인텔이 애플 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되면 글로벌 고객 확보 경쟁에서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 美 정부가 움직였다···반도체 삼각동맹 구축 =

이번 협상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하며 자국 내 생산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실제 하워드 러트닉은 팀 쿡과 젠슨 황, 일론 머스크 등을 잇달아 만나 인텔과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직접 팀 쿡 CEO에게 인텔 협력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약 90억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인텔 지분으로 전환하며 현재 약 10%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사실상 인텔을 전략 반도체 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인텔은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용 CPU 생산 협력을 맺었고, 머스크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칩 생산 프로젝트 '테라팹'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여기에 애플까지 합류할 경우 미국 정부가 구상하는 '반도체 국대 연합'이 완성 단계에 들어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로고. (사진=연합뉴스)

◇ 애플의 진짜 목적은 '공급망 분산' =

애플의 움직임은 결국 공급망 안정성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애플은 지금까지 자체 설계 칩 대부분을 TSMC에서 생산해왔다. 하지만 AI 확산으로 첨단 공정 수요가 폭증하면서 TSM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팀 쿡 CEO도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첨단 SoC(시스템온칩) 공급 부족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특히 AI 기능 확대와 온디바이스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첨단 공정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도 칩 생산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 경영진이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방문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업계 관심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특정 기업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멀티 파운드리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TSMC 의존도를 낮추고 인텔·삼성전자 등을 활용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에도 기회···글로벌 파운드리 판 흔들리나 =

이번 변화는 삼성전자에도 적지 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사실상 TSMC 독주 체제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고객사들의 생산 다변화 요구가 맞물리면서 시장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첨단 파운드리 생산 확대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애플 물량 일부라도 확보할 경우 수율 안정화와 고객 신뢰 확보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TSMC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압도적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수요를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AI 시대 들어 공급 부족 문제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생산 계약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패권 재편의 시작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제조업 리쇼어링 전략과 AI 시대 첨단 공정 확보 경쟁이 맞물리면서 향후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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