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테일러팹 전경./사진=삼성전자
[인더스트리뉴스 문기수 기자] 애플이 삼성전자에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애플과의 동맹 성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을 반등시킬 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외신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애플이 자사 주요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과 삼성전자를 찾았지만, 아직 협상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경영진은 최근 텍사스에 건설중인 삼성전자 테일러팹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테일러팹은 파운드리팹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특정 생산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애플의 변화 시도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첨단 공정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생산 거점 분산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아이패드·맥 제품군에 탑재되는 자체 설계 칩 생산을 TSMC에 크게 의존해 왔다. TSMC가 첨단 공정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단일 파트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잠재적 부담으로 지목돼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이유는 공급 안정성 확보와 생산 거점 분산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AI호황으로 인해 주문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TSMC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독특한 구조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의 우위는 확고부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한 고성능 칩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주요 팹리스 기업들 사이에서는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특정 업체에 주문이 몰릴수록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 차질 가능성, 가격 협상력 저하, 생산 일정 조정 부담 등을 동시에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형 고객사들이 장기적으로 생산 파트너를 복수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애플의 삼성전자 접촉설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협력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애플이 제2의 대안을 찾아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논의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최근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파운드리는 고객사 확보와 장기 수주 기반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최선단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 유치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7.7%로, 1위인 TSMC(67.6%)와 무려 60%포인트에 육박하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심화된다. 올해 1분기 기준 TSMC의 영업이익은 26조7000억원대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1분기 5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것을 감안하면, 파운드리 부문의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장기과제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대형 고객사를 새롭게 확보해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양산 안정성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과제로 꼽힐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애플의 최신 AP인 A18이 탑재된 아이폰17 시리즈./사진=애플
“애플 물량 확보 때는 매출 반등 계기” 전망
애플과의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는 적잖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물량을 일부라도 확보하면 대규모 안정 수주를 기반으로 매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특히 애플은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생산 안정성, 보안 체계를 요구하는 고객사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실제 공급망에 편입될 경우 단순히 매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첨단 공정 기술력과 양산 경쟁력을 시장에 다시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입장에서도 그동안은 삼성전자에 맡기지는 않았지만, TSMC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한 이상 가장 큰 대안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로 인해 중국 파운드리 업체를 이용할 수도 없다.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애플의 아이폰, 맥 등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18 시리즈를 만들수 있는 파운드리 회사는 TSMC 외에는 삼성전자, 인텔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중국 SMIC,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의 경우 기술력의 부족으로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애플의 메인 AP를 생산할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인텔의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생산능력 역시 애플의 요구치를 감당할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같은 사정때문에 TSMC가 담당하던 역할을 나눠 맡을 수 있는 실질적인 파트너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협력 사업이 성사되면 상징성도 매우 크다. 애플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 영향력이 큰 고객사인 만큼, 협력 사실만으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대외 신뢰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과의 동맹이 성사되면 향후 다른 팹리스 고객사를 유치할 때에도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단가·수율
성능…실제 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 많아
삼성전자가 TSMC의 역할을 나눌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라는 의견도 많지만, 시장은 계약 성사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파운드리 계약은 단가, 수율, 성능, 납기, 보안, 장기 공급 안정성 등 복합적인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성사된다. 애플과 같은 초대형 고객사는 거래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단순한 접촉이나 가능성 타진만으로 실제 계약 체결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특히 첨단 공정일수록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준이 높아지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많아진다. 기술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양산 체계, 공급망 관리 능력, 고객 맞춤형 대응 역량이 모두 검증돼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두고 “의미 있는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곧바로 수주 기대감으로 연결하기엔 이르다”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핵심은 향후 협의의 구체성이다. 이번 접촉이 단순한 가능성 검토에 그칠지, 아니면 공정과 물량, 생산 일정 등을 포함한 실무 협의로 이어질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초기 논의가 실제 동맹으로 이어질 경우 애플에는 공급망 다변화라는 카드가, 삼성전자에는 파운드리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협의가 검토 수준에 머문다면 이번 이슈는 애플의 선택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치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애플과 삼성전자간 이뤄질 후속 협의 진척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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