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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부 전화 중대경보 [이문재의 발견]

일주일 전, 폭염중대경보를 뚫고 남쪽에 다녀왔다. 부산 노무현재단 독서 동아리 초청으로 북 토크를 하고 돌아왔다. 8월로 접어드는 부산과 김해의 오후는 소개령이 내려진 듯, 도로는 한산했고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매번 처음 맞이하는 여름이지만, 올여름은 말 그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안부 전화 중대경보 [이문재의 발견]

연일 폭염중대경보

고향집 왕고모 안녕하신가

옥탑방 청년은 일 나갔는가

군대 간 조카는 연락이 왔는가

요양병원 발전기는 점검했다는가

입추에도 이어지는 극한 열대야

벌과 나비는, 논과 밭은, 저수지는

양계장은, 양어장, 먼바다는

제트기류, 안데스 만년설, 남극 펭귄은

안녕한가, 안녕하신가 물어도 되는가

폭우 아니면 폭풍, 가뭄, 홍수, 산불

지구의 피부가 도처에서 찢겨나가는데

교량과 터널, 초고층빌딩, 상하수도

그리고 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송전선로

그리고 해저 광케이블, 데이터센터

그리고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그리고··· 아련한 추억과 연둣빛 꿈들

우리의 안과 밖은 얼마나 안녕하신가

초록별 지구는 언제까지 안녕하실 것인가

[시작 노트]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범죄다.’

일주일 전, 폭염중대경보를 뚫고 남쪽에 다녀왔다. 부산 노무현재단 독서 동아리 초청으로 북 토크를 하고 돌아왔다. 8월로 접어드는 부산과 김해의 오후는 소개령이 내려진 듯, 도로는 한산했고 행인도 보이지 않았다. 매번 처음 맞이하는 여름이지만, 올여름은 말 그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예고가 없었던가, 대안이 없었던가. 지난 세기 중반부터 개발과 성장을 멈춰야 한다,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 의제는 현실 정치의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다.

내년 여름엔 어찌할 것인가. 중대경보 다음의 경보는? 그리고 경보를 내린다고 기온이 내려가는가. 데이터센터가, 주식시장이 기후 붕괴를 막는가. 국가는 왜 있는가.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보 수준의 ‘대응’이 아니라 문명 전환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범죄라는 말이 있다.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현실 정치에 ‘중대경보’를 발령해야 할 때다. 주권자 시민의 이름으로, ‘어머니 지구’의 이름으로!

이문재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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