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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병익의 노포기행] 대파가 만드는 마법! '육칼'의 성지, 삼각지 '문배...

/ 안병익 식신 대표이사 2022~2024년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2017.07.~2022년 5월. 한국푸드테크협회 협회장 2010년 5월~식신 대표이사 2015년~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 2012~2019년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안병익의 노포기행] 대파가 만드는 마법! '육칼'의 성지, 삼각지 '문배...

문배동 육칼의 외관 - 식신 컨텐츠팀

'스타 셰프'라고 하면 고든 램지와 함께 가장 많이 떠올리게 되는 세계적인 셰프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홀로 '행복요리'를 하는 유튜브를 보면 과거 그가 식당 주방에서는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프렌들리하다. 간단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써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선봬는데, 독특한 것은 항상 정확하게 계량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향, 맛, 시각, 청각 등 모든 감각기관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 소개하는 집도 그와 결이 같다. 탕반 문화의 대표적인 음식 '육개장'에 '칼국수'를 곁들여 '육칼'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널리 알린 주인공 '문배동육칼'. 매일 육개장을 만들지만 정확한 레시피는 없다는 이 작은 거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문배동 육칼의 실내 - 식신 컨텐츠팀

◇ 삼각지 골목, 육칼의 탄생지

지난 1980년, 최종섭 사장 부부가 용산 문배동 고가도로 육교 아래 골목에서 '칼국수 전문'이라는 간판을 단 작은 가게 문을 열었다. 육교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던 외진 위치였지만 그 맛으로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밥 때가 되면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었다. 메뉴는 뽀얀 사골칼국수와 육개장을 취급했는데, 칼국수를 취급하다보니 육개장에도 칼국수 면을 제공하게 돼 자연스럽게 육칼이라는 메뉴가 탄생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세상에 없던 메뉴다. 당시 육개장이라는 음식은 대구식 탕반 문화를 대표하던 요리로 밥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런 육개장에 면을 곁들여 먹는 방식은 그 당시로서는 센세이션한 것이었다.

바쁜 점심시간 뜨끈하고, 얼큰하며, 후루룩 먹기 좋은 국수를 곁들인 한 그릇. 패스트푸드 뺨 치게 빨리 나오는 서빙 속도에다 묵직한 사골 국물로 배가 쉬이 꺼지지 않는 이 음식은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 없는 구성이었다. 용산의 공장 지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기사님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곧 '문배동하면 육칼'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한때 문배동 일대가 이 맛집 하나로 유명세를 떨쳤을 만큼, 그 영향력은 컸다. 원래는 제대로 된 이름도 없는 칼국수 가게였지만, 육칼이라는 메뉴가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문배동 육칼집'으로 불렸고 이제는 아예 가게 이름도 '문배동육칼'로 변경했다.

문배동육칼의 대파가 준비되는 모습 - munbaedongyukkal님의 인스타그램

◇ 비밀은 '대파'지만 정확한 레시피는 없다? 국자가 만드는 마법

이곳을 찾는 많은 손님들은 한결같이 '한 끗이 다른 국물'이라 설명한다. 비결은 바로 '대파'에 있다. 육개장의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 대파. 대파가 넉넉하게 들어가 펄펄 끓으면서 나오는 진액의 맛이 국물 맛을 완성한다. 이 집에서는 하루에 대파를 40kg씩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흰대 부분이 굵고 긴 대파를 쓰는 것이 포인트다. 대파는 흰 부분이 부드럽고 향긋한데, 흰대를 길게 만들려면 '북돋움'이라 부르는 흙 덮는 작업을 여러 차례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비싼 가격에도 핵심 재료이니만큼 상품으로 공수해서 사용하는데, 맛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대파나 사람이나 북돋움이 도움이 된다.

육개장 제조 과정 - munbaedongyukkal님의 인스타그램

잘 손질한 대파는 사골로 뽑은 기본 육수에 들이붓듯이 넣은 뒤에 계속해서 저어주는데, 혹여 한시라도 눈을 떼면 대파가 고루 익지 않거나 타버릴 수 있어 고되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정확한 시간은 없다. 계절마다 맛이 다르고, 대파의 단맛이 다르고, 파의 단단함에 따라 끓이는 시간도 달라진다. 세계적인 셰프의 한 마디처럼, 국자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대파의 상태를 살핀다. 이내 진액이 흘러나와 육수와 어우러졌을 때 미리 만들어 숙성해둔 양념장을 넣어 육개장을 완성한다. 때문에 대파의 맛에 따라 컨디션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특히 날이 추워졌을 때가 가장 맛있을 때라고 말한다.

문배동 육칼의 육개장칼국수 - 식신 컨텐츠팀

◇ 육칼과 육개장, 취향에 따라 즐기는 두 가지 맛

보통 육개장 칼국수 하면 육개장에 칼국수가 담겨 나오는 것을 추측할 텐데, 여기는 면이 따로 나오는 것도 참으로 독특하다. 사발에 담긴 육개장 한 그릇과, 포실하게 삶은 듯한 칼국수 면. 먼저 면발 한 젓가락을 따로 맛보면 어느 정도 간이 돼 있는데 맹물이 아니라 사골 육수에 삶아서 그렇다. 먹는 방식은 마치 일본식 '소바'처럼 육개장 국물에 면을 한꺼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덜어 국물에 담가 요리조리 섞은 뒤 먹는 게 이 집의 묘미다. 그렇게 하면 면이 퍼지지 않고 탱탱함을 끝까지 즐길 수 있다고. 마지막엔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으면,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 취향에 따라서 '육개장'을 주문하면 육개장과 밥, 그리고 칼국수 반인분 정도가 나오고, '육칼'을 주문하면 칼국수가 많이 나온다. 국수는 같은 테이블 분량이 한 그릇에 같이 담겨 나오니 되도록 친한 사람과 방문해야겠다.

문배동 육칼의 육개장 - 식신 컨텐츠팀

육개장의 국물은 사골과 양지를 쓴다. 육수의 경우에도 허투루 함이 없는데, 사골의 경우는 첫 번째 우린 것과 두 번째 세 번째 우린 것이 맛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따로 보관한 뒤에 섞어서 쓴다고. 육개장 고명으로 올라가는 양지 삶은 것도 육수에 들어간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육수가 묵직한 맛을 담당한다. 완성된 육개장의 맛은 이 진한 사골 맛이 도드라진다. 들어간 양념장은 너무 자극적이지도 연하지도 않은 딱 보통의 칼칼한 맵기인데, 대파의 향긋한 단맛이 환상적인 밸런스를 만든다. 계속해서 떠먹고 싶은 맛이다. 맛있는 국물은 리필도 가능하다는 단골의 팁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문배동 육칼의 육개장칼국수 - 식신 컨텐츠팀

여기에 푹 익은 대파와 약간의 고사리, 그리고 손으로 일일이 찢은 양지가 으적으적 씹기 좋은 식감을 담당한다. 양지의 경우 여러 차례 핏물을 빼 불순물과 잡내를 제거한 뒤 생강만 몇 알 넣어 잡내를 잡는다. 여러 향신료를 쓰면 그게 육개장의 맛을 해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원재료를 공수해서,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는 것이 이 집 음식의 철학이다.

반찬으로는 김치, 깍두기와 함께 콩나물, 호박나물, 미역줄기 나물이 담긴 종지가 나온다. 비빔밥집도 아닌데 어울리지 않게 왠 나물 3종 세트인가 싶기도 한데, 채소 챙겨먹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한 찬이 아닌가 싶다. 마치 기사식당 돈까스에 풋고추 한 두개가 어울려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문배동 육칼의 육개장칼국수 - 식신 컨텐츠팀

◇ 넉넉한 인심이 역사를 만드는 곳

한 때 육개장 칼국수라는 요리가 유명세를 얻으며 다양한 육개장집과 프랜차이즈들이 성행했지만, 문배동육칼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다. 진땀 뻘뻘 흘려가며 칼국수를 호로록 먹고 있는 손님들의 풍경도 여전하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끓여온 사골 육수는, 오늘도 바쁜 서울 사람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포장 손님들도 많다. 포장할 때는 밥과 면, 반찬 없이 오로지 육개장뿐인데, 매장에서 먹는 육개장의 2배 정도를 담아 주어 둘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다. 바쁜 도시 한복판에서 문득 칼칼한 맛이 그리울 때, 한결같은 맛과 넉넉한 인심은 계속해서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 이러한 철학과 정이 노포가 주는 힘이 아닐까. 마지막 칼국수 국물 한 방울까지 뚝딱 해치우고 나면 노포가 선사하는 응원이 함께 하는 듯 하다.

▲상호: 문배동육칼

▲주소: 서울 용산구 백범로90길 50

▲ 식신 별등급: 2스타

▲영업시간: 매일 09:30-19:30

▲추천메뉴와 가격: 육칼 1만2000원, 육개장 1만2000원, 맛보기 수육 6000원

▲식신 '533125'님의 리뷰: 사골 국물 베이스로 해서 그런지 국물 맛이 진해요. 큼직하게 썰려 있는 파도 후루룩 넘어갈 정도로 엄청 부드러워요. 칼국수 면을 한 번에 넣고 먹으면 면이 불고 양념이 잘 안스며드니까 꼭 나눠 먹기를 권합니다!

안병익 식신 대표이사

/ 안병익 식신 대표이사

2022~2024년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2017.07.~2022년 5월. 한국푸드테크협회 협회장

2010년 5월~식신 대표이사

2015년~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

2012~2019년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10~2017년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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