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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혼자 사는 것 같았어요”,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그 말은 틀리지 않다. 실제로 그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난 한 남자를 보면서 나는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는 정말 말하지 않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을까?
법정은 조용했다. 판사의 질문이 떨어졌고, 그는 한참을 입을 열지 못했다. “더 이상 할 말 없습니까?” 그는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떨궜다.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분쟁 현장에서 종종 보게 되는 모습이다. 많은 남자들이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방식으로 침묵한다. 그리고 그 침묵은 종종 ‘무심함’이나 ‘책임 회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그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사람일 수 있다. 감정은 느끼는 것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다. 말이 되어야 비로소 상대에게 도달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을 배우지 못한 채 성장한다. 속상하면 참고, 화가 나면 피하고, 미안하면 행동으로 대신하면 된다고 믿는다. 감정을 설명하는 일은 어색하고, 드러내는 일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쪽으로 말이다. 하지만 관계는 침묵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지 않을 뿐이다.
그의 침묵은 아내에게 무관심으로 느껴졌고, 외면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결국 사랑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같은 상황을 두고 한 사람은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전혀 이해하지 않는다’라고 느꼈다.
그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더 멀어졌다. 법정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습니다.” 이 말은 변명이 아니라, 그가 그때 이해할 수 있었던 감정의 전부였다.
그는 몰랐다. 말하지 않는 것이 상대를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것을.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종종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무심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은 무심한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
그날 법정에 선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꺼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감정 표현을 배우지 못한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그것은 단순한 오해로 끝나지 않는다.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결국은 되돌릴 수 없는 거리까지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침묵을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정말 말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질문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 감정은 저절로 전달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상대에게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에게 그 침묵은 때로 ‘죄’가 되어 책임을 묻는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2화는 ‘미안하다는 말을 끝내 꺼내지 못한 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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