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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침을열며] 파병이라는 시험대

“높은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함께 지키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백범 선생의 뜻을 이어가겠습니다.”이재명 대통령이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아침을열며] 파병이라는 시험대

황교욱 ㈔북한경제포럼 북한연구센터장

“높은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함께 지키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백범 선생의 뜻을 이어가겠습니다.”이재명 대통령이 7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은 유네스코 헌장 첫 구절인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를 인용하며 2026년이 유네스코 지정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기념해’라는 점도 되새겼다. 유네스코 헌장은 참전국들과 인류가 전혀 예상치 못한 무서운 대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직면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유네스코 창설국들이 선언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다음 내용도 헌장에 담았다. ‘정부의 정치적·경제적 조정(arrangements)에만 기초를 둔 평화는 세계 국민들의 일치되고 영속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 평화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 위에 평화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은 지금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누구보다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해석, 정부 동향을 종합하면 현재 이재명 정부는 파병 입장에서 그 규모와 역할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감시·정찰·해상안전 등 비전투 분야 전력 소규모 투입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언론이 전하는데, 이것도 트럼프가 원하는 파병 수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 확보해야 할 핵잠 연료나 전작권 전환 등 군사·외교·통상 분야 국익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파병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파병 시 초래할 정부 국정동력 및 국내외 위신의 훼손 등 후과도 예측이 어려울 만큼 적지 않다. 이란과 주변국들의 군사외교적 대응도 한국 외교력으로 관리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야말로 다층·복합 딜레마 상황을 내재한 파병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외교적 시험대에 처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파병을 반대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결정을 미루고 상황 변화를 모색하는 해법이 있다. 또한 여당이 파병 문제만큼은 당·정·청 정책 공조체계에서 벗어나 파병 반대 당론을 확정해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의 부결 여건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의 반대 여론과 국회 인준 불가 등의 여건으로 정책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전략적 모호성’ 접근이 비교적 현실적 해법으로 보인다.

미국이 일으킨 탈규범적이고 위험하며 명분 없는 전장에 우리 장병과 군사력을 투사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파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도 평화헌법 충돌 등을 이유로 파병을 거부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고 한 김구 선생의 시대적 통찰이 대통령 책상에 자리하기를 바래본다.

얼마 전 서울 남산공원 백범광장에 위치한 백범김구선생상을 찾은 적이 있다. 이 자리는 원래 1956년 광복절에 이승만 대통령 제80회 탄신경축 중앙위원회’가 ‘지속’을 의미하는 81척(약 25m) 높이 이승만 동상을 건립한 자리였다. 이 동상은 4.19혁명 직후 시민들이 무너뜨려 철거했고, 1969년 8월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가 건립한 김구 동상이 현재와 같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생각했다. 역사는 늘 변동한다지만, 이 동상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황교욱 (사)북한경제포럼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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