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레즈 홈페이지. 홈피 캡쳐.
중국 LED 칩 제조사인 싼안 광전자가 네덜란드 업체 루미레즈 홀딩스 인수를 포기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안보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무산됐다.
싼안 광전자는 말레이시아 협력사와 공동으로 루미레즈를 인수해 해외 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인수 규모는 현금 2억 3,9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이 해당 거래가 미국 국가안보에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인수 계획은 백지화됐다.
미국 당국이 루미레즈 인수전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필립스가 중국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루미레즈 지분 80.1%를 30억 달러에 매각하려 했을 때도 CFIUS는 민수와 군수로 겸용 가능한 LED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해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사례는 최근 격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기술 기업들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원천 기술과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견제에 막혀 진출로가 좁아지는 추세다. 특히 반도체와 핵심 부품 분야는 미국의 안보 감시망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최근 네덜란드와 중국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넥스페리아 사례도 비슷한 맥락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넥스페리아는 2019년 중국 윙테크에 인수됐으나,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경영권이 박탈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여파로 인해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 위기를 겪기도 했다.
미국은 CFIUS를 통한 투자 심사 강화 외에도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중국 통신사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술 자산 확보는 갈수록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싼안 광전자는 규제당국의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자 자발적으로 거래 포기 서한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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