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시대 본격화국내 상장사가 최근 배당 등 주주환원을 늘리는 이면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힘쓰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재계가 주주환원을 중시하는 상법 개정안 등의 정책에 반발했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주주환원에 과도하게 신경 쓰면 기업이 성장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R&D 투자에 쓸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지표상 기업의 R&D 투자는 매년 뚜렷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은 2024년 83조6000억원으로 전년(2023년)의 72조5000억원보다 15.3% 증가한 사상 최대치였다.그래픽=남미가 기자또 2022년 10.5%, 2023년 8.7%를 각각 기록하는 등 2015~24년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전년 대비)은 8.1%를 나타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투자 비중은 5.13%로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였다. 한편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694개 기업의 지난해 배당총액은 47조9909억원으로 전년(2024년)의 41조6197억원보다 15.3% 증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계 주장처럼 국내 기업이 배당 등 주주환원에 신경 쓰느라 R&D 투자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하지만 산업통상부 자료상 1000대 기업 가운데 상위 10대 기업의 R&D 투자 비중이 2023년 62.7%에서 2024년 65.5%로 상승하는 등, R&D 투자에 대한 상위 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같은 기간 1000대 기업 전체 R&D 투자액 대비 삼성전자의 R&D 투자 비중은 32.9%에서 36.1%로 대폭 상승했다. 상위 300대 기업 비중은 2024년 92.4%에 달했다. 반면 하위 300대 기업 비중은 2.2%에 그쳤다. 유동성 여력이 충분한 상위 기업만 R&D 투자를 늘리고, 나머지는 투자가 부족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전체 R&D 투자액 증가의 이면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그러면서 올해 재계 전반의 R&D 투자 전망치도 증가보다는 감소 쪽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해 12월 연구소를 보유한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연구개발전망조사(RSI)에서 R&D 투자 RSI가 99.7, 연구원 채용 RSI가 94.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RSI가 100 이상이면 전년 대비 증가, 100 미만이면 감소를 의미한다. 또 500곳 중 174곳만이 R&D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R&D 투자 전망이 기준선에 못 미치고 있다”며 “기업이 대규모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이 때문에 정부 정책의 방향이 주주환원 확대 일변도에서 탈피, 일부 대기업뿐 아니라 더 많은 상장사가 주주환원 노력과 함께 장기적 성장을 위한 R&D 투자에도 힘쓰는 균형 잡힌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뒷받침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사이 정부는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확대 등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실효가 크지 않았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정부의 R&D 지원에 따른 기업 매출 증가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며 “우수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사업화를 위한 자금 확보,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 극복 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증시 부양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주주환원을 유발, ‘실적 뒷받침 없는 배당’이 급증해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고 주주가치가 외려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 코스피 상장사 565곳의 배당총액은 30조3451억원으로 전년보다 10% 넘게 증가한 사상 최대치였다. 그런데 565곳의 배당성향은 2020년 39.55%에서 5년 만인 지난해 34.31%로 오히려 5%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비율이다. 즉, 기업 다수는 5년 전보다 순이익 등 재무구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을 늘렸다는 의미다.증권 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이 낮다고 해서 꼭 기업가치가 낮아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배당성향이 낮아지면 배당수익률도 내려가므로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며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형성돼 (배당금 증가로) 주주환원이라는 취지와 달리 주주는 손실을 입을 공산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부 우려에도 올해 초 재정경제부의 ‘2025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의 배당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순이익이 적자인 기업도 배당총액을 전년보다 10% 이상 늘리고 부채비율이 200% 이하인 경우 고배당 기업으로 분류, 해당 기업 주주는 배당소득에 대해 14~30%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적 뒷받침 없는 배당은 기업가치 훼손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실적 뒷받침 없는 배당’ 주의보
한편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694개 기업의 지난해 배당총액은 47조9909억원으로 전년(2024년)의 41조6197억원보다 15.3% 증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계 주장처럼 국내 기업이 배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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