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스크린샷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가 '신혼가전'에 전면 베팅하고 나섰다. 프리미엄 비스포크 AI 라인업부터 그간 '고가' 지적을 받아온 마이크로 RGB TV까지 신혼 구매층을 정조준한 집중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 혼인 건수가 24만건으로 7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고, 결혼 후 2년 이내 출산 비중이 36.1%까지 확대되면서, 신혼 직후 2년에 집중되는 가전 구매 사이클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Bespoke AI 콤보 AI 가전이 신혼을 바꾼다' 등 6편의 '신혼가전' 시리즈 영상을 공개했다. 마이크로 RGB TV, 비스포크 AI 인덕션, 비스포크 AI 식기세척기,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비스포크 AI 스팀, 비스포크 AI 콤보까지 6종이 대상이다. 제품 하나에 광고 하나를 붙이는 '1제품 1광고' 방식이다. 캠페인은 6종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확장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할 대목은 마이크로 RGB TV가 신혼 라인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마이크로 RGB는 최초 출시 모델인 115형의 출고가가 4490만원에 달했고, 2026년형 85형도 출고가가 929만원이다. 라인업도 55~100형 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어, 그간 넓은 거실을 갖춘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거실 TV로 여겨져 왔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도 마이크로 RGB 출시 당시 "최고의 화질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포지셔닝의 제품을 신혼 타깃에 얹은 것은 플래그십 수요층의 외연을 30대 초반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월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에서 마이크로 RGB, OLED, 네오 QLED 등 프리미엄 전 라인업에 더해 미니 LED·UHD 보급형까지 2026년형 TV 전 라인업에 AI 기능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잇는 수직 통합이 신혼 타깃을 계기로 한층 분명해진 셈이다.
배경에는 인구 구조의 이례적 반등이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2018년(25만8000건) 이후 7년 만에 최다 규모다. 혼인은 2012년부터 11년 연속 감소하다 2023년 반등해 3년 연속 늘고 있다. 남녀 모두 30대 초반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남성은 1만2000건(13.5%), 여성은 1만1000건(13.2%) 늘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로, 소득이 어느 정도 쌓인 뒤 결혼하는 만혼 구조가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사장이 '더 퍼스트룩 서울 2026' 행사에서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출산 반등도 맞물렸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2010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했다. 특히 결혼 후 2년 이내 출산 비중은 36.1%로 확대됐다. 결혼과 출산이 압축적으로 붙으면서, 혼수 가전과 육아 대응 가전 수요가 생애 특정 구간에 몰리는 구조가 강해진 것이다.
◆집약적 구매 성향 강해졌다...앞으로 '2년'이 분수령
그렇다면 왜 'AI'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그 이유는 맞벌이 신혼의 가사 부담을 직접 겨냥한 설계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가전에 한 단계 진화한 빅스비를 적용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으로 일상 대화를 이해하도록 고도화됐고, 생성형 AI 서비스 퍼플렉시티와 결합해 '오픈 Q&A'도 지원한다. "패밀리허브에 소고기와 고등어 넣었으니까 모드 좀 바꿔줘"라고 말하면 '육류/생선 모드'로 자동 설정되고, "세탁이 종료되면 바닥 청소 좀 해줘"라고 말하면 세탁기 종료 후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는 식으로 소위 '귀찮음'을 없애는 방향성을 택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 [사진: 삼성전자]
주거 형태별 대응력도 신혼 시장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삼성전자는 의류케어 라인업을 일체형 콤보, 결합형 원바디, 분리형 세탁기·건조기로 세분화해 원룸부터 자가 주택까지 주거 환경이 제각각인 신혼 가구를 겨냥하고 있다. 신뢰 지표도 함께 쌓았다. 비스포크 AI 얼음정수기는 지난 14일 국내 카운터탑 정수기 중 최다인 82종 유해물질 제거 성능에 대해 NSF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 베팅이 '2년'에 집중되는 이유는 혼인과 출산의 구조적 시차에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혼인 증가가 출생 증가로 이어지는 데 약 2년의 시차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혼인이 24만건으로 뛴 만큼, 향후 2년간 신혼 가구의 가전 구매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TV·주방·세탁·정수기를 아우르는 풀세트로 캠페인을 벌이는 배경이다. 게다가 과거엔 혼수·출산·이사 시점마다 긴 기간에 걸쳐 가전을 나눠 샀다면, 최근에는 결혼 준비 단계에서 풀세트로 몰아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선 구매 주체·시점·자금원이 하나인 고객에게 한 번에 패키지로 팔 기회가 앞으로 2년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맞벌이 신혼이 늘면서 부부가 직접 가전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인구가 여전히 늘고 있는 이 구간에서 신혼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 가전 부문 내수 실적 방어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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