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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호등] 평창 국제학교, 강특법으로 길 열어야

지난해 대만 캉치아오국제학교(康橋國際學校)를 방문 취한 적이 있다. 크지 않은 도심에서 30분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면 해발 500여m 높이의 산림 속에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만 굴지의 교육출판사가 운영하는 남녀공학 국제학교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학 성과였다.

[신호등] 평창 국제학교, 강특법으로 길 열어야

◇강동휘 평창주재 기자

지난해 대만 캉치아오국제학교(康橋國際學校)를 방문 취한 적이 있다. 크지 않은 도심에서 30분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면 해발 500여m 높이의 산림 속에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만 굴지의 교육출판사가 운영하는 남녀공학 국제학교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학 성과였다. 캉치아오국제학교는 국내 진학 학생의 35%가 대만 상위 3개 대학에 진학하고, 전 세계 100위권 대학 진학률도 88% 수준에 달했다.

최근 대관령면 일원에 국제학교 설립 구상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캉치아오의 풍경이 겹쳐졌다. 도심과 떨어진 고지대, 숲과 교육이 결합된 환경, 기숙형 국제교육 과정은 대관령의 가능성과 닮아 있었다. 자연과 교육이 결합된다면 산간지역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다.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에서 추진 중인 학교법인 동원육영회의 대규모 교육·연수·휴양 복합단지 구상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사업은 지난해 평창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핵심 행정절차를 넘겼다. 당시 대관령면에는 환영 현수막도 여럿 걸렸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연수 인원 등이 지역에 머문다면 상권 회복과 인구 유입에 큰 도움이 된다는 기대다.

평창이 이 사업을 절박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창은 인구소멸 위기를 피부로 겪고 있다. 평창읍번영회와 대화면번영회 등이 출생아 축하금 지급에 나선 것도 아이 한 명이라도 지역에서 태어나 머물게 하려는 안간힘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단위 학생을 모집하는 교육시설은 지역소멸 대응의 새로운 실험이다.

동원육영회가 운영하는 용인한국외대부설고는 전국적 명문고로 평가받는다. 평창군이 이 학교 모델을 대관령에 유치하려는 배경에는 지역 학생들에게 더욱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도 강원도 학생 비율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동해와 춘천에서도 국제학교 유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동해는 경제자유구역, 춘천은 기업혁신파크를 기반으로 외국교육기관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우상호 강원자치도지사가 외국교육기관 유치를 핵심 공약에 포함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렇다면 평창도 이 흐름에서 빠져선 안 된다. 동해는 경제자유구역법, 춘천은 기업도시법이라는 제도적 길이 있다. 반면 평창은 부지와 사업 주체,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구체화됐고 지역사회의 기대도 확인됐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국제학교 설립 근거가 충분치 않다. 그래서 강원특별법 특례가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가 평창이다. 동해와 춘천에 제도적 기반이 있다면, 평창에는 강원특별법이라는 길이 필요하다.

물론 현 정부 기조상 국제학교 확대를 둘러싼 정책적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평창의 현실은 대도시의 교육 경쟁 논리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 평창처럼 인구 감소와 교육 기반 약화를 동시에 겪는 지역에는 교육이 곧 정주 여건이고, 정주 여건은 곧 생존 조건이다. 인허가 등 남은 행정절차도 적지 않고, 교육시설보다 연수·휴양시설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기회의 불씨를 꺼뜨려선 안 된다. 평창은 그동안 관광, 농업, 올림픽 유산을 중심으로 미래를 이야기해 왔다. 이제 교육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세울 가능성이 생겼다. 현행법상 제주특별자치도와 일부 지정된 지역 외에는 국제학교 설립이 제한되는 만큼, 강원특별법 반영을 통해 강원도 내 설립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다시 캉치아오국제학교를 떠올리게 된다. 캉치아오의 사례처럼 강원도에도 국내 교육기관이 국제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려야 한다. 그래야 대관령 국제학교가 지역 학생에게 세계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강원형 교육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평창의 교육 실험이 멈추지 않도록, 국제학교 특례를 강원특별법에 담아낼 정치와 행정의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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