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목회자 훈련원 참가자들이 지난달 26일 훈련 프로그램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오영철 선교사 제공
“전도사님이 공부할 수 있어서 내가 기쁩니다.”
태국 카렌족 마을 모따교회 투래 사레포(60) 전도사에게 교인이 말을 건넸다. 정규 학교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옥수수와 벼를 길러 생계를 이어온 예순의 전도사에게 교인들이 배움을 권했다 “다른 목회자들은 신학교 졸업장이 있지만 전도사님은 없지 않습니까. 가서 공부하십시오.” 교인 90명 남짓한 작은 교회는 목회자에게 넉넉한 사례비를 지급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하루 일당 300바트, 우리 돈으로 1만2000원 정도를 버는 성도들은 네달 반의 삯을 전도사에게 전했다.
사레포 전도사는 교회와 교인들의 지원으로 태국 치앙마이 실로암 신학교에서 진행한 ‘카렌목회자 훈련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선교사나 외부 기관의 재정 지원에 기대지 않고 현지 교회가 직접 목회자 훈련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투래 사레포, 수티 위앙칸깨우 전도사, 아누칫 위롯쁘라싯 목사가 최근 태국 치앙마이 실로암 신학교에서 열린 목회자 훈련 과정 중 식사를 하고 있다. 오 선교사 제공
이 프로그램을 인도한 오영철 총회세계선교회(GMS) 선교사는 목회자 훈련비를 지역교회가 직접 책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 선교사는 9일 국민일보에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목회자 대다수가 지역 교회의 지원으로 참석했다”며 “이는 경제적 풍요가 아닌 주인의식과 책임을 갖게 된 선교지의 이양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른 산골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따파래교회가 수티 위앙칸깨우(44) 전도사를 훈련에 보내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훈련비와 교통비, 기타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교회가 지원한 금액은 3만3000바트. 교인들도 1만5000바트를 보탰다. 전도사가 더 많이 배워 돌아오면 교회를 더 잘 돌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위앙칸깨우 전도사는 “훈련으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었다”며 “앞으로 우리 교회도 선교사를 후원할 수 있도록 실제 사역 현장에 적용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태국 중부에 위치한 시온교회에서 10년 가까이 사역한 아누칫 위롯쁘라싯(46) 목사는 배움을 위해 15시간의 이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치앙마이의 훈련원까지 거리는 1000㎞가 넘는다. 그는 “어떻게 성경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며 “여러 교회의 사역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교회도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선교사를 지원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투래 사레포(왼쪽) 전도사와 오영철 GMS 선교사가 최근 태국 치앙마이 실로암 신학교에서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오 선교사 제공
태국카렌침례총회가 마련한 목회자훈련원에서는 지난 2년간 목회자 52명을 대상으로 2주씩 여섯 차례 집중교육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새벽 4시30부터 밤 8시까지 성경공부와 설교, 교회 행정, 선교교육, 기도 등 공동생활을 이어갔다.
훈련원 역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한 끼 식비를 20바트로 맞추고자 신학생과 교수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고향에서 가져온 쌀과 채소, 과일을 나눴다. 에어컨 없는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숙소도 임시로 마련했지만 배움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싱꼰 락사꾼마이 카렌침례총회장은 “지역교회가 목회자의 훈련비를 지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선교지 교회가 이단과 다른 가르침의 유입에 대응하고 총회의 신학 정체성과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목회자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렌침례총회는 선교사에게 훈련비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대신 멘토와 교사, 조언자, 교육과정 관리자 등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오 선교사가 강사 연결과 교육과정 운영, 목회자 지도 등을 돕고 있다.
싱꼰 총회장은 “우리가 요청하는 것은 조언과 함께하는 관계”라며 “훈련을 마친 이후에도 목회자들을 방문하고 격려하며 지지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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