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트럼프 우회적 파병 압박
예방 전쟁은 명분 취약해
핵무기 없어 궁지에 몰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금 우리 정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 탓에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에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이 요구를 받은 각국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트럼프가 언급한 국가 명단에는 빠져 있지만 아랍에미리트 정도만이 이른바 '호르무즈 연대'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상당한 군사적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나토 회원국들의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라며 "일본 호주나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지원을 원한 적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동맹국들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공헌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일본 법률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답했다는데 이는 완곡한 거절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이 사실상 거절한 이상 이제 공은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와 관련해) 지원하길 원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한국의 파병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파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같은 국가들이 파견을 거부했고 일본 역시 사실상 거절한 상황에서 우리만 다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번 전쟁은 명분에도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전쟁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일종의 '예방 전쟁'인데 국제법적으로 '예방 전쟁'은 허용되지 않는다.
명분의 취약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언급한 뒤 "이후 이를 재건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장 역시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된다는 증거가 없으며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며 사임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정황을 보건대 이번 전쟁의 명분은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만일 우리가 참전하게 되면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되어 호르무즈 인근에 정박해 있는 우리 선박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함정을 파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미국을 '돕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불이익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그의 '뒤끝'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 혹은 핵우산, 또는 방위비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함정 파견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자강(自强)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의 군사력이 세계 5위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재래식 무기에 국한한 것일 뿐 핵무기를 포함하면 우리의 군사력은 북한에도 뒤진다. 유럽이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도, 프랑스가 '유럽의 핵우산'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핵이 없어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지금 이 같은 궁지에 몰린 이유를 되짚어 볼 때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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