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 3.9%)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8.9%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8월 25~27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0.5%. 두 조사 모두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42%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의 지지율 차이는 모두 오차 범위 안에 있다. 오차 범위가 위와 아래로 3.1%포인트(P)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갤럽 조사에서 실제 지지율이 40% 중반을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지지율이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미 지지율이 30%대에 진입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물론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역대 정권과 비교해 유독 이른 시점에 나타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당시 지지율 추이와 비교해도 이재명 정권의 하락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재명 정권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출범했다는 사실이다. 탄핵과 같은 중대한 정치적 사건 직후 등장한 정권은 일반적으로 이른바 ‘탄핵 기저효과’를 누리는데, 이재명 정권 하에서는 그 효과가 취임 1년여 만에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같은 조건, 즉 직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출범했던 문재인 정권에서는 탄핵 기저효과가 상당 기간 유지됐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고,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국기 결집 효과’가 일정 기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런 위기가 없었다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상당 폭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 개각으로 지지율 상승한 사례 많지 않아
어쨌든 이재명 정권도 지금의 상황을 상당히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개각을 단행하고 특히 경제 분야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는 모습에서도 그런 고민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이렇듯 개각을 단행했다고 해서 민심이 정권 차원의 쇄신 노력에 곧바로 호응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역대 정권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개각을 통해 대통령 지지율이 뚜렷하게 상승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개각과 같은 인적 쇄신이 지지율 반등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정권 전체의 사고 방식이나 국정 운영의 방향성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즉, 정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인적 쇄신과 무관하게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오케스트라는 바뀌었지만 음악은 그대로다’라는 독일 속담이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여기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개각 이 외에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를 통해 지지율 반전을 꾀하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고자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이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 내부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7일 라디오에 출연해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차적으로 조작기소라는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정말 심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조작기소 특별위원회가 활동했음에도 그 정도로 여론이 저희에게 우호적으로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한 법안을 강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조 친명(친이재명)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 역시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이것이 국정 과제 1호냐는 질문에 여당 의원 다수는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형사사법 체계 안에서 어떻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한지 충분히 국민적 의견을 수렴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면, 얼마 전과 비교해 민주당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상당수가 반대했던 보완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던 민주당이 이제는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나서니, 짧은 기간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생각해야 할 점은 국민들이 조작기소 특검법에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크게 우려하는 지점은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장윤기 사건’에 분노하고 불안을 느끼던 상황에서, 고(故) 장미란 씨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고, 그 결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한층 더 불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에 앞서 청년 예산과 주요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與, 국민 시각에 공감하나…성과만으로 민심 돌리기 어려워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의 이런 시각에 대해 그동안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고 장미란 씨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해당 사건은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을 보면 국민의 불안에 대한 민주당의 공감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보완수사권이 있는 상태에서도 경찰에 의한 ‘사건 암장’이 발생할 수 있고,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이런 식의 ‘사건 암장’이 더 늘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정작 민주당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여론과 동떨어진 주장을 계속하는 한, 설령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신중론을 편다 해도 민주당과 정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는 ‘인식의 영역’에서 존재한다. 이미 국민이 민주당과 현 정권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형성한 상황에서 정부가 성과만 보여주면 돌아선 민심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문제의 핵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정부가 내년 청년들의 일자리·창업, 교육·주거·자산, 생활·문화 등 성장 단계별로 총 43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들 수 있다. 출생과 양육부터 교육, 구직, 자산 축적, 주거, 혼인에 이르기까지 청년 한 명당 18세까지 최대 1억 4000만원, 34세까지 최대 2억원가량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구상인데, 이런 구상만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7월 1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6.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2030 세대의 대북 인식과 거기서 파생되는 이념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설문에서 20대의 67%, 30대의 70%가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북한을 적대와 경계의 대상으로 본다는 응답 비율 역시 20대 58%, 30대 55%에 달했다. 이처럼 2030 세대에서 보수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젊은 세대’에게 재정적 지원을 약속한다고 해도, 지원 자체를 ‘고맙게’ 받아들일 뿐, 곧바로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정부에 대한 이러한 인식들이 쌓여 일종의 편견으로 굳어질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여론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정부의 언행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정치 권력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쓰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은 지금도 모든 권력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여기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자신들의 노력과 진심을 국민이 몰라준다고 서운해 하거나, 자신들의 진심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납득시키려 든다면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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