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신약 개발 성공률 제고와 규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초기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인허가 전략을 결합하는 전주기 대응이 중요해지면서, 리스크 관리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대의 국가독성과학연구소 AI데이터센터 센터장(왼쪽)과 김희성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제품화전략지원단 과장이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동명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3일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신약개발 R&D 리스크 관리 및 상용화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방향을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규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최근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은 단순한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초기 단계부터 상용화와 인허가까지 고려한 ‘통합형 R&D 전략’이 요구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술 트렌드를 선점하지 못할 경우 임상 단계에서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발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과 제도적 지원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디지털 기반 독성평가 기술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가상대조군(Virtual Control Group) 등 첨단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활용해 독성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고 임상 진입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최신 기술 동향이 공유됐다.
박대의 국가독성과학연구소 AI데이터센터 센터장은 “가상대조군이란 실제 실험 쥐가 아닌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와 AI 활용해 가상의 환경을 만들어 마치 실제 동물 시험 진행한 것과 같은 임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며 “이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과 주요 연구기관들이 함께 연구하고 사용하고 있는 차세대 임상 환경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신약 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요소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장기간의 동물시험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예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기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가상대조군을 활용하면 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 있고, 불확실성이 높은 임상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규제 주권 확보와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국내 실험 환경에 맞는 데이터를 국내사들과 함께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대응 전략 역시 중요한 논의 주제로 다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혁신제품 ‘사전상담제도(GIFT)’ 등 식약처의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기업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전상담을 통해 개발 초기부터 규제기관과 소통할 경우 임상 설계 및 허가 전략의 방향성을 명확히 할 수 있어 전체 개발 기간 단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연구의 기초단계부터 임상까지 모든 분야에서 사전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 식약처
김희성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제품화전략지원단 과장은 “사전상담은 의료제품의 임상시험계획승인·품목허가를 신청하기 전 준비 중인 자료 등이 적절한지에 대해 식약처와 미리 논의하는 것”이라며 “민원 비용은 없고 대상여부 검토 이후 상담회의를 거쳐 30일 안에 서면 상담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이러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연구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전국의 R&D사업단과 개발특구 등을 직접 방문해 사전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해 200여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상담을 거친 평균 64.1%의 의약품·의료기기 등이 개발 진척도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약 개발 경쟁이 ‘속도’보다 ‘성공 확률’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고 규제 대응 전략을 내재화한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세미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약 개발 실패의 상당 부분이 기술적 한계보다 전략 부재로 인해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R&D와 인허가, 사업화 전략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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