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심사부 간담회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상시 소통 채널인 '의약품심사소통단(CHORUS·코러스)'에 대해 업계의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사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견으로, 식약처는 내년부터 코러스 운영 규모를 확대하고 새로운 분과도 신설할 계획이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홍정희 의약품규격과장은 21일 식약처 독성시험연구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식약처 전문언론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의약품심사소통단 운영을 2023년 시작한 이후 작년에는 2기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며 "임상, 전주기 관리 등 각종 분야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올해는 참여 인원을 15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기존에는 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소속 기업은 물론 AI 벤처 기업들까지 포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올해 신약심사 혁신방안 추진을 계기로 코러스에 '신약품질심사' 분과를 신설했다. 최근 식약처 조직 개편에 따라 첨단의약품품질심사과가 1과와 2과로 늘어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용석 평가원 첨단의약품품질심사2과장은 "식약처가 조직 개편을 하면서 첨단의약품품질심사과가 기존의 1과에서 2과로 늘어났다"며 "2과가 주로 신약 심사를 맡고 있는데 코러스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사례집이나 가이드라인 제정에 반영해야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에 코러스에 신약품질심사 분과를 신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석 평가원 첨단의약품품질심사2과장. 사진= 기자단 제공
특히 고용석 과장은 올해 코러스 품질심사분과에서 국제 규제 조화(ICH M4Q)에 따른 CTD 개편 방향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는 모듈 3에 실험 데이터와 설명이 함께 들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설명 부분을 모듈 2로 통합하고 모듈 3에는 데이터만 남기는 구조로 바뀐다"며 "ICH가 AI 적용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변화에 맞춰 코러스 활동을 통해 업계가 어디에 어떤 내용을 작성해야 하는지 혼선이 없도록 의견 조회를 마쳤다"며 "현재는 사례집 형태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CTD(Common Technical Document)는 의약품 허가 신청 시 제출하는 국제 공통 문서 체계로, 총 5개 모듈로 구성된다. 이 중 모듈 2는 품질·비임상·임상 자료를 요약·정리한 ‘요약 문서’ 역할을 하고, 모듈 3은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의 품질 데이터를 담는다.
이번 M4Q 개편은 기존 모듈3의 설명과 해석 중심의 내용을 모듈 2로 통합하고, 모듈 3은 데이터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골자로, 자료 구조를 표준화해 향후 AI 기반 심사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강주혜 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
강주혜 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도 "임상이나 비임상은 상당히 구조화가 되어 있는 반면 품질 자료는 어디에 어떤 자료가 들어가야 하는지 상대적으로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다"며 "ICH 차원에서도 요약과 원자료를 구분하는 방향으로 M4Q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식약처도 이를 반영하기 위해 심사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과정에서 업계도 모듈2와 모듈3 자료를 제출할 때 ICH 개정 내용을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들이 실제로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어떤 자료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의견을 수렴해 사례집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희 순환신경계의약품과장
의약품심사소통단 허가·심사 지원분과도 AI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소희 순환신경계의약품과장은 "AI 활용 의약품 개발과 관련해 코러스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심사 시 규제 의사결정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하는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며 "국내에서 AI가 디스커버리부터 비임상·임상·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어느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디스커버리 단계는 개발 효율화를 위한 영역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AI를 통해 예측한 결과를 실제 시험자료로 대체하려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며 "AI 모델의 신뢰도와 예측력에 따라 제출 자료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규제 개입도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 단계별로 기업이 무엇을 고려해야 하고 규제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대한 틀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코러스 활동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병무 유한양행 실장
이번 간담회에서는 코러스 운영을 통해 업계가 체감하는 변화가 구체적인 사례로 공유됐다.
이병무 유한양행 실장(코러스 허가·심사 지원 분과장)은 "일반의약품이나 복합제 허가 자료를 만들 때 예측성 있게 검토할 수 있는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업계 요구가 컸다"며 "코러스를 통한 논의가 실제 고시 개정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제형 개발과 신제품 출시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용구 동아에스티 팀장(임상시험 심사 분과장)도 "의약품심사 소통단 활동을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항암제 중심으로 총 8개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며 "특히 ‘비근치적 환경에서의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전에는 표준요법에 실패한 말기 암 환자만 임상 참여가 가능했지만, 가이드라인 이후에는 환자 동의 시 초기 임상 참여가 가능하도록 바뀌면서 업계의 임상 진입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배용구 동아에스티 팀장
식약처 역시 의약품심사소통단 확대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정희 과장은 "가이드라인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제기관 내부 논의만으로 제도를 만들 경우 현장에서 적용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러스 활동으로 식약처도 현장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제조소 이전 시 설비나 공정이 동일해야 하고 일부라도 변경되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요구하는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이 있었다"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한 결과 설비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일정 범위 내 경미한 변경은 생동시험 없이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처럼 사전에 업계와 논의하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코러스 활동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향후 코러스 운영 체계를 한층 정교화할 계획이다.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은 "심사개선 소통창구는 민관이 놓친 코러스 논의 이슈가 없는지를 별도로 발굴해 함꼐 논의하는 채널"이라며 "소통창구를 반기 중심에서 분기별로 확대해 연간 약 4회 운영해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코러스 논의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더욱 활발히 이어질 수 있도록 업계와 규제기관, 관련 주체 간 연계를 강화해 운영할 방침"이라며 "지난 3년간 축적된 운영 경험을 토대로 코러스가 더욱 합리적인 소통 창구로서 기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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