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시론]AI 대확산과 기계설비산업의 미래

김승기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장 AI시대의 핵심은 데이터(data)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추론능력을 발휘해 인간의 질문에 솔루션을 제시한다. AI시대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산업은 흥하고 그렇지...

[시론]AI 대확산과 기계설비산업의 미래

김승기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장

AI시대의 핵심은 데이터(data)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추론능력을 발휘해 인간의 질문에 솔루션을 제시한다. AI시대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산업은 흥하고 그렇지 못한 산업은 망할 것이다.

건물 안에 숨겨진 배관,덕트, 냉난방 시스템, 위생설비 등 기계설비산업의 구성물은 흔히 화려한 외관 뒤에서 건축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혈관과 신경계 역할을 한다고 한다. 혈관과 신경계라면 측정과 관리의 영역이고 뭔가 데이터 친화적일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오랫동안 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고장 이력, 에너지 소비패턴, 유지보수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분석된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기계설비산업은 고숙련 인력의 경험과 현장 감각에 주로 의존해왔다. 배관공의 손끝 감각, 공조 전문가의 눈썰미, 오랜 경력의 기술자가 귀로 듣고 느끼는 설비 이상 징후 등이 산업의 핵심 자산이었다.

이는 객관적 데이터로 확보되지 않아서 산업차원의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매우 용이하게 만들었다. 센서가 설비 곳곳에 부착되어 진동, 온도, 소음, 전류값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그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이는 기계설비 운영에 있어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기계설비산업 수익구조의 변화를 예고한다. 기존의 수익구조는 설계, 시공, 납품 중심이었다. 즉 소위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기업들이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제 데이터시대의 소비자들은 숫자로 측정되는 성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며, 기업들은 설비의 운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성능을 점검하고 보증하는 데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시공 따로 유지관리 따로가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계되고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는 관계가 된다. 이러한 관계를 보다 포괄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개념이다.

단순한 3D 도면이 아니라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받아, 현실과 동기화되는 “살아있는 모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현실세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데이터가 흐르고 여기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다시 현실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양방향 피드백이 작동한다.

디지털 트윈은 설계, 시공, 운영, 전단계에 걸쳐 작동한다. 우선 설계단계에서 냉난방 부하계산 등이 수작업에서 자동화로 전환되며 수십가지 설계대안들이 단시간에 비교 검토돼 최적안이 선택된다.

이과정에서 공종간 간섭과 충돌의 문제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발견해 해소시키는데, 과거에는 현장에 와서야 이를 발견하고 재시공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시공 전에는 가상 시운전(Virtual Commissioning)을 할 수 있다. 냉동기, 공기조화기 등 설비를 실제 설치하기 전 가상 모델에서 시운전해 여러 오류들을 찾아내고 보다 완전한 시공을 꾀한다.

디지털 트윈의 가장 큰 경제적 가치는 역시 운영단계에서 발생한다. 30년 건물 기준으로 시공비는 전체 생애비용의 20%에서 25%정도인 반면, 75%에서 80% 정도가 운영비로 추정된다.

고장 전 이상 징후 감지로 미리 수리해 불편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에너지 자율 최적화, 탄소 배출 관리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포함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고 국가적, 지구적 현안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이점에 불구하고 영세업체가 많은 기계설비산업계가 AI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AI도입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 부담은 산업 내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킬 것이다.

또 사이버 보안 위협과 AI판단 오류로 인한 사고 위험도 크다. 또 하나 우려해야 하는 것은 숙련 기술의 소멸가능성이다. AI와 자동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사람이 직접 몸으로 익히는 현장 기술이 사라진다. AI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네트워크 연결이 안될 때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 하더라도 질문에는 대답이 있다.

기계설비산업계가 지금보다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섭고 어렵더라도 AI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